시 읽는 세상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 정겹습니다. 온가족도 정겹고 송편을 빚는 모습도 정겹습니다. 달빛이 환해 꽃가지도 휘겠다는 시골어머니의 말씀도 마음도 정겹습니다. 별스럽지 않은 풍경이 이처럼 별스럽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옛날과 지금이 먼 거리로 있었구나 싶습니다.
시간을 건넌다는 게 물리적인 것만은 아닌데, 우린 왜 자꾸 시간을 계산하고 돈을 계산하고 행복을 계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석 둥근달이 뜨길 기다려 물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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