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사람
성실한 사람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2.09.2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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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대한민국의 교육을 다 짊어진 듯 한껏 꿈에 부풀어 교사로 첫 발령을 받던 해, 학급교훈을 '성실한 어린이'가 되게 하자로 정하고 의욕에 넘쳐 교직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햇병아리 교사라서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들에게 성실의 의미가 막연하고 어려운 단어였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던 탓에 "성실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성실의 자전적 의미는 '정성스럽고 참됨'이다.

아이들에게 사전에 있는 말을 그대로 인용해서 말한다면 더욱 혼란을 줄 것 같아서 그 뜻을 쉽게 설명하느라 애를 썼다.

성실한 어린이란 옳은 일을 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누가 보든 안 보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어린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성실한 어린이가 되도록 가르치는데 목표를 두었던 교육철학은 교직생활을 마치는 날까지 변함이 없었다. 혹시 누군가 "당신은 성실한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자신있는 대답을 할 수 없지만 성실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였으며 앞으로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대답하고 싶다.

아이들 중에는 공부는 잘하지만 성실하지 못한 어린이가 있고, 공부는 좀 부족하지만 성실하여 내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어린이가 있었다.

영리하여 교사의 눈치를 살피며 머리를 굴려 행동하지만 진심이 없는 행동은 교사에게 들키기 마련이고, 진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어린이는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운 모습과 행동으로 나를 흐뭇하게 했다. 성실한 어린이는 다소 손해를 보는 수가 있으나 언젠가는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 어른들의 사회에서도 약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당장은 인정 받고 남의 주목을 받아 돋보이지만 그 사람에게서 진실성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신뢰를 잃고 만다. 현시대가 워낙 자기 내세우기 시대라서 내 생각이 구시대적 착오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성실한 사람이 많은 사회가 희망적인 미래가 있는 나라가 될 거라는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아직은 어린 싹들이어서 따뜻한 정이 담긴 물을 주고 사랑이 듬뿍 든 친절한 거름을 주면 성실한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지도를 했지만 잘 크던 나무도 한 때의 비바람과 폭풍우에 시달리면 금세 쓰러지는 수도 있어 튼튼한 뿌리를 내려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성실한 나무가 되도록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조경사인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키운 나무들이 성실한 나무가 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다면 힘들었던 교직생활이 큰 보람으로 기억되리라.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자 우리 집 가훈 역시 '성실한 사람이 되자'로 정하는데 뜻을 모으고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성실한 사람으로 살고, 아이들도 성실한 사람으로 키우려고 노력해왔지만 돌아보면 후회가 많은 삶이었다.

요즘 몇 몇 사람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기관의 조사를 받으러 출두하는 장면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인다. 그들은 모두 자신에 찬 모습으로 조사에 성실하게 응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성실한 답변을 빗나가는 경우를 보며 안타까운 생각을 한다.

성실이란 단어에는 거짓이 없어야 한다. 조사하면 밝혀질 거짓말을 쉽게 하는 그들의 말을 국민들은 이제 믿지 않으며 행여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를 모르는 어린이들이 묻는다면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성실한 삶을 방해하는 물욕과 명예욕을 내려놓기란 정말 어려울 것이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생존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성실하게 살기란 힘들겠지만 한 세상을 살다가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한다면 좀 더 성실하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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