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라이프>"중증장애인들 자립기반 마련 절실"
<여성&라이프>"중증장애인들 자립기반 마련 절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9.25 1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퉁잇돌 원장 송은주 수녀
성폭력에 시달리는 현실 외면 못해

3년전 여성장애인 성폭력 쉼터 개소

비장애인 시설보다 열악… 후원 시급

여성장애인 성폭력 쉼터 모퉁잇돌. 청주에 있는 쉼터지만 이름이 낯설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장애인을 돌보다보니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다.

송은주 원장은 3년전 쉼터를 열었다. 프랑스 트로와 수녀회의 수녀이기도 한 그녀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장애인들이 갈곳 없어 다시 재폭력에 시달리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수녀가 되기 전 간호사로 일했어요. 자연스럽게 성폭력 당한 여성장애인들과 만나게 되었죠.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들은 갈곳이 없었어요. 시설에 입소했다가 다시 가정이나 마을로 돌아가게 되고 결국 재폭력을 당하더라구요."

재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쉼터가 필요했다. 송 원장은 가족과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모퉁잇돌을 개소했다.

"쉼터를 마련하고 장애인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문제가 시급했어요. 지금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인건비와 일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운영비는 1년에 3000만원도 안됩니다. 쉼터 특성성 개방할 수 없다보니 후원자 모집도 쉽지 않아요.

모퉁잇돌에는 현재 15명의 청소년 여성장애인이 살고 있다. 대부분 중증장애인이다 보니 옷입고, 세수하고, 화장실 문제까지 일일이 손품이 든다.

"오히려 비장애인 시설보다 열악해요. 장애인의 경우 지적 능력에 맞게 운영해야 함에도 국가 차원의 기준 자체가 없어요. 쉼터를 운영하며 9살부터 57세까지 장애인도 모셔봤습니다. 프로그램은 둘째고 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죠.

종사자 문제도 심각하다.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종사자가 계속 바뀐다. 종사자들의 임금체계를 보면 책임감만으로 일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종사자가 바뀌면 아이들은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상처를 받습니다. 서비스 질은 말할 것도 없구요. 중증장애인의 경우 1대 1 돌보미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할 정도지만 현재는 불가능하죠. 보통 12시간 일하고도 수당조차 없으니 종사자들이 일할 수가 없습니다."

송 원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가 종사자 처우개선이라고 말한다.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통해 종사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또 하나, 장애인 자립기반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성장애인성폭력 피해 아이들이 갈곳이 없어요. 중증장애인이다 보니 더 심각합니다. 학교에서도 안받겠다는 선생님도 있을 정도예요. 이런 아이들을 2년후 쉼터 보호기간이 끝났다고 내보내야 하는 현실은 갑갑하기만 합니다. 중증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국가가 안하니까 우리라도 하자는 심정이라는 송은주 원장. 이렇게 힘든일을 왜 시작했냐는 질문에 "이럴 줄 몰랐다"며 환하게 웃다가도 성폭력에 방치된 아이들 이야기에 "재폭력은 막아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모퉁잇돌.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 기둥 밑에 괴는 돌'이란 뜻처럼 구석진 세상을 괴고 있는 송은주 원장의 아름다운 동행이 명절밑을 훈훈하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