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근심을 부르고 비가 새듯 마음이 샌다
욕심은 근심을 부르고 비가 새듯 마음이 샌다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2.09.1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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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나이 먹어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많은 근심과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갤러리를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이러저러한 근심 앞에서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떠올렸다. 그리하여 증축하는 건물천정에 비둘기 형상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을 받으며 나 자신은 물론 갤러리에 오는 모든 사람이 평화롭길 기도하리라 생각했다.

증축의논을 하는 중에 '천정에 그런 것을 올릴 수 있냐'고 하자 인테리어 사장은 쉽게 승낙했다. 나는 기꺼이 가로 세로 각각 90m의 날개 펼친 비둘기형상의 사각 스테인드글라스를 주문했다. 그해(2010년), 3월부터 시작한 공사가 늦어져서 9월에 마감하여 오픈을 하고, 갤러리에 들어서는 아침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하여 환해지는 빛의 통로에 서서 마음은 그렇듯 뿌듯하게 감사와 평화 기도가 우러났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하니 홀에 빗물이 그득 고여 있었다. 밤새 내린 빗물이 심하게 새어든 것이다. 그러나 A/S기간이 넉넉하니 업자가 해주겠지라고 믿었다. 비가 내리면 어디서 빗물이 새는지 각별히 체크를 했다. 바닥으로부터 차오르는 것이라해서 바닥을 방수했다. 베란다 쪽서 새어든다해서 데크를 들어내고 배수 구멍을 냈다.

그러나 이번엔 천정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때문에 지붕으로 공사가 옮겨졌다. 인부가 올라가서 실리콘으로 비가 샐만한 곳을 감쌌다. 그래도 비는 여전히 샜다. 이번엔 다른 사람이 올라가 실리콘을 흠뻑 들이부었다. 그렇지만 비는 또 새었고, 드디어 공사사장님이 직접 올라가서 판자로 비둘기가 올려진 지붕전체를 덮었다.

그렇지만 지난 여름을 지나 올 여름 내내 갤러리엔 비가 샌다. 이젠 타일 바닥에 고인 물은 쓰레받기로 퍼내는 것이 걸레를 적셔 짜내는 것보다 수월함을 안다. 물은 그 특성상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그 틈이 바늘구멍처럼 작아도 새어드는 양은 놀랄 만큼 많다는 것도 알았다.

무엇이건 샌다는 것은 마음속 평화와 고요가 새어 나가는 것이다. 갤러리에 비가 새듯이 세상에 새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나라 전체의 수도관 중에 22%가 20년 이상 노후된 낡은 수도관이라 수돗물 새는 양이 한해 8억여톤에 이른단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삼천만명을 넘어서면서 스마트폰에 담긴 개인정보를 노려 공짜 와이파이에 접속하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정보가 줄줄이 샌단다. 교통사고. 질병과 요양 등 병·의원 포함 보험사기로 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5000억 가까이 줄줄이 샌단다. 불황이라고 가짜 실업자 '실업급여'가 그렇게 샌단다. 마음이건 세상이건 무엇이건 샌다는 것은 안타깝고 씁쓸한 일이다.

비둘기형상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 지붕에 각을 준 것이 갤러리에 비가 새는 원인이라는데, 평화를 원한다고 평화가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평화를 원한답시고 벌인 일이 오히려 근심을 불러들였다. 비둘기는 그저 형상일 뿐, 마음의 고요가 새어버렸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면 몰랐으리라. 비가 샌다는 것이 얼마나 구중중하고 우울한 일인지. 비가 새는 양만큼 마음이 대책 없이 무너지는 일인지. 지금도 어디에는 안정과 복지나 평화란 이름아래 작은 틈이라도 비집고 줄줄이 새는 착한혈세가 있으리라. 마음이나 세상의 방수 시스템을 점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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