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명(校名)의 함의(含意)
교명(校名)의 함의(含意)
  • 박용석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총장>
  • 승인 2012.09.1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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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박용석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총장>

사람이든 조직이든 자기 자신을 대외에 표방하는 고유의 식별명을 갖고 있다. 사람의 경우는 이름이고 회사의 경우는 사명이, 우리나라의 경우는 헌법1조가 천명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다.

대학도 역시 그 대학의 교명을 갖는다. 그런데 교명은 그냥 지어지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교육이념을 표방하는지, 어떤 역할과 사명을 가졌는지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실현할 것인지 등 그 대학의 전반적인 교육지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교명은 지역적 연고에 기반을 둔 지역명을 사용하는 경우든지 아니면 설립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올해 세계 대학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의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가 바로 지역명에 기반을 둔 경우이고, 하버드가 설립자 인명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어쨌든 MIT는 지역의 산업적 기반과 연계한 공과대학으로서의 특성화를 추진하겠다는 교육이념과 대학의 사명을 교명에 담고 있고, 하버드는 설립자 하버드의 교육이념과 철학을 지켜나가겠다는 정신을 담고 있다. 한국의 대학들도 대개가 지역적 기반으로 교명을 짓든지 아니면 설립자의 호나 역사·전통적 특성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도 지난 20년간 사용해온 교명에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담는 교명 변경 작업을 했다. 종전에 사용하던 주성대학교는 청주지명의 고려시대 사용지명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청주지명이 본래부터 청주가 아니라 상당, 서원, 주성을 거쳐 청주로 이어진 역사적 전통이 배어있는 이름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에 비해 새롭게 바꾼 충북보건과학대학교는 우리 대학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적 기반이 충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충북이라는 지역명을 맨 앞에 천명했다. 또 대학의 특성화 전략으로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보건 과학 산업과의 연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보건과학이라는 대학 특성화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기존에 주성대학이라는 이름이 일반종합대학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교명이었다면 이번에는 대학의 정체성이 보건과학에 있음을 천명하고자 하였다. 특히 32개 학과 중 15개 보건·스포츠계열학과와 자동차, 반도체, 기계, IT로 대표되는 공학·기술계열과 인문사회계열을 아우를 수 있는 보건(Health) 과학(Science)으로 대표해서 표방하고자 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요동치며 소용돌이의 장을 빠져나가는 곳이 대학사회일 것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학생자원의 부족으로 대학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중되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치킨게임을 하듯 몸부림치는 고등교육 시장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우리는 종합대학교적이고 연구중심적인 기존의 틀을 버리고 고등직업기술교육을 중시해서 지역사회에 특성화된 산업인력을 공급하는 교육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교명 변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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