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이웃에 대한 새로운 해석
  • 충청타임즈
  • 승인 2012.09.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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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성수 <청주 새순교회 목사>

뉴욕과 뉴햄프셔 등 미국 북동부 8개 주와 캐나다 일부 지역에 1965년 11월 9일 오후 5시16분부터 13시간 동안 사상 최악의 정전 사고가 일어났다. 무려 3000만 명이 암흑의 공포 속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사람들은 희미한 촛불로라도 밝혀야 했기에 양초 파는 가게마다 몰려가 장사진을 치며 아우성이었다. 그 틈을 타서 가게마다 폭리를 취하며 양초를 팔았다. 그러나 많은 상점들이 양초의 가격을 두 배로 올려 팔 때, 어떤 선한 상점 주인들은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자고 양초를 반값에 내려 팔거나 무료로 나눠 주었다. 이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선한 마음과 이웃에 대한 배려를 먼저 생각한 훈훈한 이야기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이웃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담을 높이고, 대문을 걸어 잠그며, 의심하고, 경계하고, 각박하게 살아간다. 작은 창문으로 내다보고는 나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만을 이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기에 이웃과 단절하고 결과적으로는 자기를 성(城)에 가두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것이 귀에 쟁쟁하다. 자기에게 접근하는 사람마다 자기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것처럼 느꼈다는 것이다. 주변에 그렇게 사람들이 많았는데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친구는 없이 외톨이처럼 살았다고 한다.

철학자 마틴 부버가 '나와 너'에서 지적한 것처럼 나와 너의 관계가 허물어지고 나와 그것(나와 사물)의 관계로 전락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가 이용할 대상으로 볼 뿐이다.

이제 이웃에 대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내가 남을 사물로 대하면, 나도 남에게 사물로 여김받지 않겠는가?

기독교에는 두 가지 대강령이 있다. 첫째는 하나님 사랑, 둘째는 이웃 사랑이다. 예수님은 마음과 뜻과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다. 기독교 윤리는 이 해석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한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이웃이 누구인가?"하는 원론적인 질문을 했다. 그 때 예수님이 너무나 잘 알려진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들려 주셨다. 강도를 만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을 때, 그 길을 한 성직자가 지나가고, 한 신앙인이 지나쳤다. 그런데 오히려 멸시를 받던 이방인이 신음하는 강도를 만난 사람을 자기 나귀에 태우고 주막으로 데려가서 치료해주고 돌보았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런 질문으로 "누가 이웃입니까?"라며 대답을 대신했다. 누가 이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겠느냐? 율법학자는 '자비를 베푼 자'라고 대답했다. 분명 강도 만난 사람이 기력을 찾은 후 서로 이웃이 되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웃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었다. 사람들은 나의 관점에서 이웃을 찾는다.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 나와 마음이 통하는 사람, 무엇인가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을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다르게 해석하셨다. 내가 베풀 때 상대방의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삶의 패러다임도 바꾸어야 한다. 상대방의 눈으로 나를 보자. 상대방의 필요를 먼저 생각하자. 상대방의 부족을 내가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자. 이것이 이웃 사랑의 출발점이다. 내가 사는 주변을 둘러보자.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나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나의 섬김이 필요한 자리는 없는지.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곳에 '이웃'이 있다. 그곳을 채우려고 살아가는 사람이 사랑의 대사이다. 이웃 사랑의 실천자가 될 것이다.

점점 은둔형 외톨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경찰, 검찰, 감호소만 늘리지 말고, 검찰과 복지사 사이에 사회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는 이웃을 찾아내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도우미가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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