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어둠속에 담겨진 새로운 의미
언어의 어둠속에 담겨진 새로운 의미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9.16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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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까지… 강상우 등 5명 참여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 모토

시공간성·거리 등 조형언어로 표현

◈ 스페이스 몸, 말 없는 언어전

말도, 언어도 없고 말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지겨워 / 눈 덮인 섬을 향한다 / 야성은 말이 없다 / 쓰여지지 않는 페이지들이 사방팔방 펼쳐져 있다 / 눈 속에 순록의 발자국을 만난다 / 언어, 말없는 언어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집

'기억이 나를 본다'중에서 -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강상우, 박혜수, 이창훈, 주상연, 태이 등 5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말없는 언어'전을 27일까지 개최한다.

'말없는 언어'전은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를 모토로 언어의 어두운 야성의 이미지와 '언어의 바깥'을 탐험하는 기획전이다.

5명의 작가는 각각 언어의 시공간성과 거리, 소통의 단절과 정체성을 설치, 텍스트, 비디오, 사운드, 사진, 오브제 등의 조형언어로 번역해 작품으로 선보인다.

태이 작가는 미술적 글쓰기로서의 단편소설을 텍스트로 소개한다. 함께 참여하는 작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껴진 심상을 '떨어진다(fall)'라는 단어에 다층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등장인물, '가루'와 '무늬'의 이야기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공간설치, 사운드 작업의 형식으로 가시화한다.

박혜수 작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브제와 흩날리는 먼지들을 활용하여 공간을 만들어낸다. 시작과 끝의 동시성을 상징하는 '멈춰야할 시간'과 '0000'은 햇빛이 들어오는 복도를 지나 어둠이 내리는 방으로 연결한다. 기억과 시간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와 버려진 꿈 혹은, 사라진 것들에 주목해왔던 박혜수는 알람시계를 다시 0000로 맞추고 영혼의 공간에 관객을 초대한다.

이창훈 작가는 사방이 막힌 공간에 창문과 사람의 그림자를 통해 타인의 내면과 공허함을 표현한 영상 작업을 선보이고, 강상우 작가는 개인적인 기억과 트라우마를 오브제나 조각으로 이미지의 잔상을 호출한다. 또 주상연 작가는 함축하는 시어에 침묵하는 사람의 지워진 얼굴을 대비시켜 '무너짐, 무뎌짐, 없어짐'을 차례로 보여주는 사진작업으로 보여준다.

미술관 관계자는 "전시에서 관객은 글자들의 풍경, 혹은 이미지에서 주어진 언어를 경험하게 된다. 언어의 바깥에는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며 "죽음이 일어난 자리에 삶이 다시 깨어나고, 침묵의 순간에 찾고 있던 언어가 떠오르듯, 언어표현의 일부를 상실했을 때, 다른 감각의 축이 더 좁고 깊게 파고듦을 이 전시의 작가들은 실험하고 표현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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