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관'에 가면 모두가 도지사다
'충북문화관'에 가면 모두가 도지사다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2.09.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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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지난 9월 6일 오후 5시 옛 도지사 공관이 '충북문화관'이란 새 이름표를 달고 공식 출범하는 축하의 장이 열렸다.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이시종 지사를 비롯한 기관단체장들과 지역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아듀 공관, 웰컴 문화관의 산증인이 되었다. 모두들 지방 최고 권력자 1인의 독점 공간이었던 도지사 공관이 도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창조적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개관을 축하했다. 정원의 아름다운 초목들도, 이웃한 우암산도, 청명한 가을하늘도, 민의에 의해 새롭게 탄생된 문화자산의 등장에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축하 행사는 현판 제막식에 이어 기념식과 문화공연 순으로 펼쳐졌는데 많은 장르를 선보이려다 보니 공연이 늘어지고 참석자들이 이석하는 등 아쉬움을 주었지만, 충북문화관이 이처럼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펼치고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문화공간임을 대내외에 확인시켜 준 점은 평가받을 만 했다.

이렇게 충북문화관으로 변신한 옛 도지사 공관은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39년에 지은 연면적 236㎡의 단층 목조건물인 옛 관사(등록문화재 353호)와 1968년에 지은 연면적 325㎡의 2층 슬라브 건물인 신 관사가 있으며, 9121㎡의 넓은 대지에 아름드리나무들과 잘 꾸며진 정원들로 소공원을 이루고 있다.

또한 청주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명당이라 불렸다. 중앙집권시대에는 일반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치외법권 지역이었고 지방통치의 상징이었다.

서민 도지사를 표방한 민선5기 이시종 지사는 취임 초에 공관 존폐에 대한 찬반 논란 속에서도 공관 사용에 대한 인간적인 유혹을 뿌리치고 선거공약 대로 단 하루도 살지 않은 채 공관 개방을 단행했고, 공관을 어떤 용도로 전환해서 도민에게 돌려줄 것인가 고민했다.

그런 가운데 충북발전연구원이 공관활용방안 연구용역을 수행했고 수차례에 걸친 각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충북문화관이란 작명과 적잖은 예산이 투입된 시설 보완 공사기 이루어졌다.

일각에서는 사회복지시설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사회복지시설은 특성상 시설에 인접해 있는 주민들이 수혜를 입는 측면이 강한데 비해, 문화예술 시설은 시·군의 날을 비롯하여 도내 예술인들에게 전시·공연 기회를 고루 줄 수 있고 이를 불특정 도민들이 향유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았다.

당시 충북도 문화예술과장이던 필자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중지를 모아 문화예술 시설로 리모델링해서 충북문화재단이 맡아 운용하는 안을 건의하는 등 일조했다.

아무쪼록 도로부터 위탁받은 충북문화재단은 충북문화관을 운영함에 있어 운영의 묘를 살려 전국적인 문화 명소로 지평을 넓혀가데, 도지사가 살던 곳에서 전시하고 공연하는 자랑스러운 지역 예술인들을 모름지기 도지사처럼 섬기고, 그들의 빛나는 창의성과 예술혼을 감상하기 위해 찾아오는 도민들 또한 모두 도지사 대하듯 섬기는 문화행정을 펼치기 바란다. 그들이 바로 문화재단의 고객이요 주인이기 때문이다.

충북문화관은 역대 도지사들이 살던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전시하고 공연하는 예술가들도, 이곳에서 책을 읽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도, 이곳을 즐겨 찾는 도민 모두 문화 도지사다.

이곳에선 충북을 사랑하는 이 누구나 도지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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