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바람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8.29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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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조 용 미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나의 내면이 고요할 때
바람은 어디에 있었나

생나무 가지가 허옇게 부러진다
버즘나무 널따란 잎사귀들이 마구 떨어져 날린다
개태사 앞 향나무는 뿌리채 뽑혀 쓰러졌다
마당에 기왓장이 나뒹군다

바람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키 큰 소나무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바람의 방향을 알 수 없는 나무들조차
내게로 몰려오고 있다

이때 폭풍은 나무의 편이다
나무들은 폭풍의 힘을 빌려 내게로
침입하려 하고 있다

속이 울렁인다 저 나무들의 혼이 들어오면
나는 무엇이 되는 걸까


머리칼에 바람이 갈가리 찢긴다
바람은
내 머리카락 사이에서 나와
약한 나무들의 혼을 찾아 멀리 달려가고 있다  

숲이 심장처럼 펄떡이고 있다

 

※ 대한민국의 거대한 땅덩이를 통째로 흔들어 놓고 태풍 볼라벤이 지나갔습니다. 한순간 세상을 장악한 바람은 땅위의 모든 것을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훼손된 곳곳이 어제를 말해줄 뿐, 다시 일상은 고요해졌습니다. 경고처럼 불쑥 들이닥치는 자연의 변화에 우주시대를 활짝 연 인간의 과학문명도 나약한 것과 불과함을 깨닫게 합니다. 무엇일까요 이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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