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8.22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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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천 양 희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건너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 땐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 땐 슬픔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 살면서 우린 많은 후회를 합니다.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아쉬워하며 그리워합니다. 의지대로 살고 싶었던 나는 세상의 속도에 등 떠밀려 자꾸만 작아지고, 제 색깔을 잃어갑니다. 앞만 쳐다보고 열심히 뜀박질하다 돌연 '이게 아닌데'하는 마음이 찾아올 때면, 돌아가기엔 아주 먼 길에 서 있는 생경스런 나와 마주칩니다. 그땐 이미 그리움조차 돌아갈 자리 없는 늦은 과거가 될 뿐입니다. 더 늦기 전에 살짝 고개 돌려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눈길 한번 주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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