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라이프>젊은 리더 "시대·단체에 다리역할 할 것"
<여성&라이프>젊은 리더 "시대·단체에 다리역할 할 것"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8.21 1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은경 청주YWCA 신임 사무총장
간사 등 실무자로 20년 활동

열정으로 변화와 성장 거듭

시민이 원하는 조직으로 운영

청주YWCA가 젊어졌다. 신영희 전 사무총장 후임으로 정은경씨가 뒤를 이으며 40대 신임총장 체제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청주YWCA 실무자로 20여년을 활동해온 정 총장은 누가봐도 Y사람이다. 간사로 시작해 여성인력개발센터장, 복지관장 등 YWCA의 실무를 두루두루 거쳤다. 단체 대표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총장에 올랐음에도 낯설지 않은 이유다.

실무자로서 총괄업무를 맡게 된 정은경 신임사무총장, 실무자에서 단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책임자로의 마음은 어떨까?

"사무총장 자리가 제안됐을 때 20여년 일했으니 놀랍지 않았어요. 하지만 무거운 직책이라 피하고 싶었죠. 초창기 주변의 유능한 여성들을 Y로 끌어들였는데, 지금까지 발을 묶여 일하고 있어요. 그에 대한 책임감도 커요. 이번에 총장직을 맡으면서 Y에서 끝을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박꽃처럼 환하게 웃음짓는 정 총장이지만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자신의 역할과 가야할 길을 들려줬다.

정 총장은 1989년 입사해 20년 넘게 실무자로 일했다. 일하는 동안 지역도 변하고 청주YWCA도 변화와 성장을 거듭했다. YWCA 활동은 정 총장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내가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이 좋았어요. 일을 하면 열정을 다 쏟아부으면 일하지만 오래하지 못하는 성격이예요. 그럴 때마다 새로운 일이 생겨나 나를 잡아주었고 20여년이 넘게 청주YWCA에서 일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여성활동이 열악한 가운데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한 청주YWCA활동은 여성들의 일자리마련을 위한 여성인력개발센터로 확장되었고, 복지관과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상록수 등 8개 부속시설을 운영하는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지난 날은 진보적인 세상을 꿈꾸다 보니 거리에서 많이 살았어요. 90년대에는 누구도 나서지 않았던 여성운동도 했고, 지역에 글방을 열어 인기를 얻기도 했죠. 아마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마당을 펴준 Y가 있었기에 행복하게 일했어요."

대학을 다닐 때 운동권 학생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정 총장은 이후 진보적 여성단체 활동으로 사회와 여성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됐다. "초기 여성정책을 보면 부인이란 호칭이 많이 나옵니다. 이러한 호칭 하나도 제도와 법에 따라 달라짐을 알게 되었죠. 이후 사회가 많이 변하고 생활이 풍요로워졌음에도 여성운동은 별로 진전이 없어보여 안타깝습니다."

정 총장은 새롭게 Y를 꾸리면서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여성의식을 일깨우는 점진적 문화운동을 꼽았다. 여성의 문제를 영화나 연극 등을 통해 문화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싶은 소망이다.

"영화모임을 하면서 여성문제를 공유하기도 하고, 마음의 치유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기존에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도 Y가 적극적으로 활동했지만 이제 전문단체들이 생겨난 만큼 활동 영역을 달리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시대가 원하는 조직, 시민이 원하는 조직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 나의 생각보다는 구성원들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정 총장은 말한다. 자신이 그랬듯이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실무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진보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나 역시 기성화되고 사회 구조에 굳어졌습니다. 젊은 생각을 수용하고 실무자 중심으로 추진력을 갖고 시대가 원하는 조직과 동아리로 청주YWCA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 총장은 재임기간 중 청주YWCA는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50년 단체의 역사 속에 이제 젊은 활동가들이 주류권으로 유입되면서 젊은 리더로서의 기대감도 크다. 시대와 단체에 다리역할을 하겠다는 정 총장의 말에서 YWCA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