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김예식의 '이야기 天國'
향토사학자 김예식의 '이야기 天國'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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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天命- 길흉화복은 하늘에 달려
지난 40여년간 향토문화·지역문학·국사편찬 등 왕성한 활동을 통해 지역에 적지 않은 발자취를 남긴 김예식 전 충북공무원교육원장의 역사속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사는 지혜로 풀어가는 '이야기 천국'을 매주 금요일에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運命에 대한 이런 일화가 전하여 오고 있다.

조선이 개국할 때 전 왕조 고려가 무너지고, 이성계가 위화도회군에 이어 정도전을 비롯한 성리학을 신봉하는 당시의 진보세력과 함께 역성혁명을 일으켜 성공하고도 뜻하지 않게 '王子의 亂'을 거듭 맞게되자, 왕위를 정종에게 양위하고 풍양(豊壤)의 행궁(行宮)에 거동할 때 일이다.

상왕(태조대왕)은 잠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저만큼 시립했던 환시(宦侍) 두 사람이 도란도란 토론을 시작한다.

"사람의 영화란 하늘에 매여 있겠니, 상감에게 매여 있겠니"

이렇게 한 환시가 문제를 제기한다.

"그야 물론 하늘에 매여있지."

하고 하나가 대답하는데, 묻든 환시가 이렇게 반론을 제기한다.

"아니야 우리들의 영화는 상감에게 달려있다."

하늘에 매여 있겠다거니, 상감께 매여있겠다거니 둘이서 다투지만 결말이 나지 않는다.

이때 태조대왕은 이미 잠에서 깨어나 두 환시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 듣고 있었다.

환시들의 말을 못들은 척,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 앉으면서 지필묵을 대령하도록 하명하고 편지 한 통을 써서 상감에게 매여 있다고 한 환시에게, "이 편지를 급히 금상(정종대왕)에게 전달하고, 그 하회를 받아오라"고 했다.

하명을 받은 환시가 막 뜰에 나와 신발을 신으려하자 급하게 변소를 가게 된다.

급히 다녀오라는 분부 때문에 다른 환시에게 얼른 다녀오라고 부탁을 하면서 편지를 전한다. 부탁을 받은 환시는 급히 정종대왕에게 태조대왕의 편지를 전하였다.

편지를 받아본 정종은 금시에 편지를 전한 환관을 우품관으로 승진시키고 그 결과를 역시 편지로 써서 우품관에 승진한 환시 편에 보냈다.

"말씀대로 이 환시를 우품관으로 승진시켰습니다."

이 회보를 받고나서 편지를 갖고온 환시를 보니 당신이 승진시키려는 환시가 아니지 않은가 어찌된 영문인지 자초지종을 들을 태조대왕이 탄식하시길,

"사람의 영화는 주상의 손에 달렸다는 것을 저들에게 보여주려 하였은데, 이제 보니 사람의 길융화복은 과연 주상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매인 것이구나."

이 이야기를 반추하며 요사이 세태를 생각해본다.

정치적불안 (5·31선거 집권당완패)은 국민의 심정을 불안하게 하고 전국의 학교급식 사고는 학생, 학부모, 모든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작금의 사회상을 보면서 이 나라의 운명이 고작 이것 밖에 되지 않나! 염려됨은 나이 탓일까

김예식씨 약력
1935년 충북 충주출생. 충주고·동국대 법정대 중퇴.충주시 개발국장, 중원부군수, 충북도민교육원장, 충북공무원교육원장 역임. 예성문화연구회장, 충북향토문화연구소장, 국사편찬위 전국자료조사위원부회장 겸 충북지회장, 문화재보호수기 특별상(86년) 녹조근정훈장(96년) 충주시문화상 학습부문(97년) 한국수필 신인상(2000년) 저서 우륵의 생애, 재미로 읽는 선인들의 삶, 충주의 구비문학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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