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미학
웃음의 미학
  • 이상종 <재단법인 청주복지재단>
  • 승인 2012.08.1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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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이상종 <재단법인 청주복지재단>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으나 특히 코미디 프로그램은 볼 때마다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일은 쉽지만 않고 또한 공식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코미디는 웃음보를 터트려 엔도르핀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고 더불어 감동까지 했으니 엔도르핀 보다 4000배의 효과가 있다는 다이도르핀으로 일상의 피로를 해소시켜 주는 에너지원이 되기까지 한다.

시대를 읽는 바로미터의 하나로서 상품 광고를 보면 가장 잘 볼 수 있지만 또 코미디를 보면 단지 해학을 넘어 시대의 명암을 잘 표현 해 주는 것 같다.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 곤충분장을 하고 서로 싸우는 프로가 있었다. 기억력이 지극히 낮은 곤충역할자는 바로 앞 상대편 무당벌레와 싸움을 하는데 영악한 무당벌레가 안경을 쓰고 또 다음에는 수염을 붙이면 못 알아봐서 흠씬 맞고 결국 패한다는 내용이다.

바보스럽게 무당벌레를 찾지만 무당벌레는 그 때마다 변장을 하고 기습공격을 한다. 변장한 무당벌레에게 '무당벌레 혹시 보셨어요' 라고 바보스러운 연기에 한참을 웃었지만 왠지 뒤끝이 좋지 않았다. 기억력이 없는 바보가 당하는 우스꽝스러운 몸짓 보다는 안경하나, 수염 한 자락에 얼굴을 가리며 태연하게 자기가 아니라고 억지 부리며 속이는 무당벌레가 코미디 그 자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계속 정직하게 시간을 들여 노력을 하는데도 늘지 않는 것이며 여러 명인 것 같지만 가면을 쓴 사람은 결국 하나이다. 누구나 다 알 수 있는데 가면만 쓰면 모를 것이라고 순진한 바보가, 바보가 되지 않는 것이 코미디이며 현실세계 일지도 모른다.

코미디를 보며 엔도르핀과 다이도르핀을 원없이 분비시켰지만 결국 건강은 정말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생각대로 되지 않는 현실과 전망되지 않는 미래에 대해 웃어도 웃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예전엔 몸 개그만으로도 청명한 웃음이 절로 나왔는데 갈수록 더 치열해져 가는 삶의 무더위가 코미디로만으로는 해갈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무당벌레의 가면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며 그 비용보존은 패자에게 부과하게 될 것이다. 또한 당사자들이 아닌 사회의 대부분의 관찰자는 그 허무 세상에 대해 또 한 번의 좌절감을 가질 수 있다. 비약적일지 모르나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비용보다 더 큰 손실과 비용의 지출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코미디는 코미디일 뿐인데 무더위에 괜한 딴죽을 치는 것 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면을 쓰고 속이는 코미디 세상 보다는 예전에 정직한 몸 개그가 한편으로는 그리운 세상이다.

모든 일을 시작할 때 이해와 설득에 소요되는 비용은 당연히 지불해야 하지만 서로 속이고 속이지 않으려 지출하는 관리비용, 대리인비용 등이 줄어드는 세상에서는 몸 개그로도 충분히 유쾌한 진짜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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