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불안속에 떨군 삶… 마음나눌 친구가 그립습니다
시대의 불안속에 떨군 삶… 마음나눌 친구가 그립습니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8.13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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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 상실된 사회-사람이 그립다
어느새 일선서 은퇴할 나이 각박한 생활… 맘 기댈곳 없어

가계도 건강도 노후도 불안 현대인 불신과 배신의 시대

전문가 "연탄·촛불처럼 살자"

어렵게 이룬 경제성장이지만 물질적 풍요와는 달리 현대인은 '지금'이 불안하다.

어디론가 휩쓸려가는 것도 같고 무엇엔가 쫓기는 듯해 마음이 편치 않다. 누구를 막론하고 국민 모두가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불안의 요인은 사회의 기본이 파괴된데 원인이 있다. 평생 직장생활을 해도 집 하나 장만할 수 없고, 어렵게 집을 장만해도 대출이자 갚느라 허덕이다 생을 마감해야 하니 모든게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살 수 있는 시대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 부모가 맞벌이에 내몰리면서 보육까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직장생활 15년만에 겨우 집을 장만했다는 한지근씨(개신동·40)는 "아이들은 중학교 갈 때가 되고, 전세값은 자꾸만 올라 조그만 아파트를 장만했다"며 "몫돈이 들어 은행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높다보니 매달 대출 갚느라 허리가 휘청인다"고 토로했다.

하나 아니면 둘 낳는 자녀지만 갈수록 버거워지는 교육비와 학교 환경에 교육도 불안하다. 학교폭력이 판을 치고,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 사건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늘 불안하다.

할인매장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는 주부 김은지씨(사직동·38)는 가정 형편상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녀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 보육에 대한 부담이 크다.

김씨는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만 두고 나가기엔 세상이 무서워서 등교한 시간에만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처럼 어렵게 집을 마련하고,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고 나면 어느새 사회 일선으로부터 은퇴해야 할 나이다. 마음은 청춘인데 일자리는 없고, 각박하게 살다보니 마음 편히 기댈 친구도 없다. 더구나 100세 장수시대이지만 건강도 걱정이고, 삶을 즐겨야 할 노후마저 불안해 시름에 젖게 된다.

공직생활을 접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안용수씨(61·전직 공무원)는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 일을 손에서 놓고 보니 세상에서 왕따가 된 기분이다"며 "아침에 나갔다 밤늦게 돌아오는 직장생활을 오랫동안 하다보니 이제 아이들과도 괴리가 생겨 말도 안통하고,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쓸쓸하다"고 하소연했다.

사회 전반을 덮고 있는 불안은 쓰나미처럼 각자의 불안으로 전이됐다. 그래서 나만의 행복을 생각하고, 내가 속한 집단만 안전하면 된다는 소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게 요즘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밟고 일어서야 하니 친구도 이웃도 없다. 사회 전반에 도덕 불감증이 만연되면서 도덕적 잣대도 옅어지고, 나에게 피해가 없다면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과 원칙이 파괴되면서 미덕으로 여겼던 전통적인 공동체의식도 사라지고 있다. 불안한 내면을 스스로 들여다볼 시간도 없이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경쟁과 기능이라는 수레바퀴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충청타임즈가 마련한 '기본이 상실된 사회-사람이 그립다' 지상토론회에서 황미영 청소년종합지원센터장(40대)은 "인간성 회복으로 행복요소를 찾고 다른사람과 좋은 관계를 갖자"고 말한다. 또 남기현 충청대교수(50대)는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는, 사회문화의식을 갖고 실천하자"고 역설했고, 김기원 시인(60대)은 "불신과 배신의 시대 연탄재처럼, 촛불처럼 살자"고 권한다.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해 김양식 충북학연구소장은 "우리는 그동안 남을 밟고서라도 성공해야 하고 어떻게든 많은 돈을 버는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왔다"며 "이제는 어떻게 돈을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쓰느냐하는 가치관으로 사회 구성원에 대한 공정한 분배, 나눔의 의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더 팍팍해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빛이 강할 수록 그늘도 짙어진다. 화려할 수록 쓸쓸함도 커진다. 불안을 체감할 수록 사람들은 사람이 그립다. 작은 것에도 함께 웃고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립다. 풋풋한 사람 냄새가 그립다. 시대의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 모두는 사람이 그리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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