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광복절의 의미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광복절의 의미
  • 김명철<충청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8.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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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명철<충청북도교육청 장학사>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 하리

이 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 길이 지키세 길이 길이 지키세

 

꿈엔들 잊을 건가 지난 일을 잊을 건가

다 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내일모레면 우리는 5천년 민족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망국의 설움과 압박에서 해방된 지 67주년이 되는 광복절이다. 광복절에는 “흙 다시 만져보자”로 시작되는 광복절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민족사학자이며, 독립운동가인 정인보 선생이 작사를 한 노래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든 사람들은 이 노래의 가사 때문에 코끝이 찡해지고 가슴이 멍멍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광복절 노래의 가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른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다름아닌 “이 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라는 대목이다. 분명히 일제 강점기는 36년도 아닌 35년 11개월인데, 왜 작사를 하신 정인보 선생은 일제강점기를 ‘사십년’이라고 했을까? 대한제국의 국권이 강탈당한 날짜는 정확하게 1910년 8월 29일이고, 광복된 날이 1945년 8월15일인데 말이다.

‘노래의 운율에 맞추기 위해 35년이나 36년이라고 하지 않고 40년이라고 했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옛적부터 숫자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관습이 있어서 두루뭉수리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라고도 해석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정인보선생이 결코 그럴 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생은 1910년 일제가 무력으로 한반도를 강점하여 대한제국이 멸망하자 중국 상해로 망명, 1912년 신채호·박은식·신규식·김규식 등과 함께 동제사(同濟社)라는 독립운동 단체를 조직하여 광복운동에 종사한 분이다. 그 후 국내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는 한편, 『동아일보』·『시대일보』의 논설위원으로 민족의 정기를 고무하는 논설을 펴며 국민계몽운동을 주도한 분이다.

특히 광복 후 일제의 포악한 민족말살정책으로 가려졌던 국학을 일으켜 세우고 교육에 힘을 쏟아 민족사를 모르는 국민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기 위해『조선사연구(朝鮮史硏究)』를 간행한 민족사학자이기도 한 분이다.

이처럼 한평생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던 분이 일제 강점기를 잘못 기술할 까닭이 없다. 선생이 국권 상실 기간을 40년으로 본 이유는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당하고, 통감정치가 감행된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부터 실질적인 국권이 일제에 피탈된 것으로 본 것이다. 때문에 광복절 노래 가사에서 40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틀린 일은 아니다.

내일모레면 우리는 광복절을 맞이한다. 광복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빛을 다시 찾는다’는 의미지만 나라를 되찾고, 국가가 있는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 이제는 광복절의 노래 1절(40년)에 머물러 있지 말고, 2절을 소리쳐 불러보자.

‘세계의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 힘써 힘써 나가세 힘써 힘써 나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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