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무심천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7.20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바이 멜랑코리아!
강대헌 <청주기계공고 교사>

누군가가 당신에게 행복합니까라고 물어본다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그럼요, 행복합니다, 아주 행복하죠"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나라가 있다. 은둔의 왕국 '부탄(Kingdom of Bhutan)'이다.

부탄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기 어려운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신들의 정원이라는 히말라야의 품속에 들어 있는 이 작은 왕국 부탄은 쉽게 자신을 드러내 놓지 않기 때문이다. 부탄정부는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매년 1만 명으로 관광객을 제한하고 관광객들은 부탄을 여행하기 위해 매일 약 230달러를 미리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10월 4일, '행복한 작은 왕국의 새 행복 기준'이란 제목으로 부탄을 소개했는데, 부탄은 세계가 국내총생산(GDP) 확대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33년째 부(富)의 분배와 문화 전통유지, 환경보호 같은 이상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1972년에 17세로 부탄 제4대 왕위에 오른 '지그메 싱예 왕추크' 국왕은 이를 집약해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란 개념을 제시했다고 한다. 부탄의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며, 친환경적 노력의 지속과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부의 운영을 그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가난하지만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부탄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왔다고 한다. 물질의 풍요를 가져오는 문명이 곧 진보라는 신념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겐 잃어버린 것들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 상대방을 위한 따뜻하고 친절한 배려. 우리가 잃어버린 그 소중한 것들을 아직까지도 간직하며 살고 있는 부탄을 통해 과연 진정한 행복의 얼굴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이 입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지는 법이 없는 부탄 사람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질병이 있다. 바로 '우울증(멜랑콜리아, melancholia)'이다.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뇨, 우울합니다. 너무 우울하고 답답해서 미칠 지경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을 어찌할까.

21세기는 콘크리트벽보다도 단단한 우울증의 먹장구름 밑에서 신음하고 있다면, 성급하고도 과장된 이야기일까.

우울증의 포로가 되어 힘들어하는 이들을 생각하다보니 재즈가수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의 'Don't Worry, Be Happy'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그리고 노래 가사가 다시 궁금해져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가 어느 일간지 식품의약전문기자의 4년 전 칼럼을 읽게 되었다.

"미국 역학회지(2000년 11월)에 실린 핀란드 투쿠대학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남성은 불만족한 남성보다 20년 이상 오래 살았다. 반면 일마다 불만족인 남성은 질병으로 숨질 위험이 세배나 높았다. 미국 매요 클리닉이 83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어릴 때인 30년 전 인성검사에서 '비관 성향자'로 판정된 사람은 '낙관 성향자'로 분류된 사람보다 요절 위험이 19%나 높았다. 무엇이 낙관적인 사람을 오래 살게 하는 것일까. 매요 클리닉 조사에서 이들은 비관적인 사람보다 자기 비난, 파괴적인 생각을 덜하고 병원을 더 자주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 일시적이며, 곧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행동이 천진난만하며 동안(童顔)을 유지하고, 절주, 금연, 운동에 적극적이며 숙면을 취한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몸에서 엔돌핀 등 건강에 유익한 호르몬이 다량 분비된다. 면역기능이 활성화돼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커진다. 그러나 비관적인 태도는 아드레날린 등 건강에 해로운 호르몬을 많이 나오게 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면역을 맡고 있는 T세포의 기능이 억제돼 질병에 약해진다. 우울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즉 비애와 불안의 감정만을 증폭시키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일상(日常)을 벗어날 수 없는 우울의 늪에다 던져버리는 치명적인 우(愚)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1998년 노벨문학상 작품인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누구나 약해질 때가 있죠, 우리가 울 수 있다는 건 좋은 거예요, 때로는 눈물이 우리를 구해주기도 하거든요, 울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때도 있는 거죠."

마음의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아름답고 좋은 것들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눈꺼풀은 우울증이란 이름의 강력접착제로 붙어져 있다. 그 접착제를 녹여버릴 수 있는 것은 눈물 밖에 없다.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몸을 떨며 움츠리고 있는 자신을 동정(同情)의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울컥 쏟아내는 뜨거운 눈물 밖에는 없다. 갑자기, 바비 맥퍼린이 부른 바흐(Bach)의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를 다시 듣고 싶다.

성경에는 '두려워 말라'는 말이 365번이나 등장한다고 한다. 끊임없는 실존적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는 인간을 향해 신께서는 하루에 한 번씩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는 메시지를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따라 그 말이 내게는 '우울해 말라'는 말로 들린다. 그래, "굿바이, 멜랑콜리아!"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