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납량특집이다
올림픽이 납량특집이다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2.08.0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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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도대체 더워도 너무 덥다면서 선풍기를 끌어안고 죽부인을 끌어안고 파자마만 입고

궁시렁 대던 남자가 갑자기 "금메달 결승이야" 라면서 조용해진다. 폭염 열대야의 계절에 올림픽은 납량특선물일까 올림픽이 열리므로 알아서 안 만들었는지, 해마다 나오던 납량특집들도 올해는 아직 잠잠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메달을 따는 종목들 소식이 모두 납량특선이다. 꼭 메달이 아니더라도 축구 4강신화가 그렇고 ,눈물의 1초 역사를 쓴 펜싱의 신아람이 그렇고, 장미란이 떠나면서 보여준 미소가, 다 더위를 씻어주는 납량물인 것이다. 무엇보다 대회 11일차인 6일까지 금메달 11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의 종합성적 4위를 달리고 있는 올림픽의 희소식이 모두 납량특선물이다.

이번 올림픽의 납량특선 종목 중에 우리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종목이 있으니 20년 넘게 세계 최강국인 양궁이다. 양궁은 한국인 특유의 섬세함과 침착함에 잘 맞는 종목이란다. 물론 섬세하고 침착한 민족도 맞는 말일 거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 때마다 금메달을 따오는 어여쁜 낭자들을 향해 박수를 칠적마다, 정말 우리가 '활을 잘 쏘는 민족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곤 했던 이유는, 활을 잘 쏴서 주몽이라 불리던 고구려의 동명성왕이 있었기 때문이며, 동쪽의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서 동이족(東夷族)이라 불리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활 잘 쏘는 유전자가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일본이 칼을 소재로 한 사무라이 영화를 만들 듯, 우리는 왜 독보적 수준의 활을 가지고 영화 한편 안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차에 지난해 드디어 활을 소재로 한 영화 한편이 개봉되어 나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김한민 감독, 박해일, 류승룡, 김무열, 문채원을 주인공으로 한 '최종병기 활'이란 영화는, 50만 포로가 끌려가는 병자호란 중에 신궁의 솜씨는 지닌, 주인공 박해일이 사랑하는 누이 문채원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강력한 무기로 신출귀몰하게 쓰이는 활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는지는 전문가가 아니라 모르겠지만, 활을 소재로 한 기다리던 영화이므로 만족했다. 그러나 바람처럼 나타나 한 사람씩 활로 제거하며 추적하던 박해일과 그를 쫒던 류승룡이, 여자를 가운데 놓고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바람을 계산 하느냐 너는 졌다. 결국 저 계집을 살리려고 그토록 집요했느냐." 영화는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박해일이 가슴에 박힌 화살을 뽑아서 활을 당긴다. 그 활이 방패삼아 적에게 잡혀있는 여자의 목을 스치며 뒤에 섰던 적의 목을 꿰뚫고, 주인공이 남긴 말이다. "위험은 직시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위험은 직시하는 것이라서 사격의 금메달 진종오를 비롯한 사격선수들은 메달을 놓칠 위험을 직시하였기에, 진천에서 초등학생을 모아 떠들게 한 후 총을 쏘는 연습을 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메달을 놓고 그 메달을 놓칠 위험을 직시하지 않는 선수들이 과연 있을까. '바람을 계산하는 단계를 지나서 극복하는 해야만 얻어지는 게 금메달인 것. 화면 속에 금메달을 목에 거는 선수들을 볼 적마다 허공의 바람은 물론, 마음 속 바람을 극복한 얼굴임을 인정하며 바라보고 박수치게 되는 것이다. 외부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치열한 연습이 양궁이나 사격의 공통점일지라도, 자신와의 싸움을 생각하면 바람은 언제나 마음에서 제일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양궁의 종주국은 영국이고, 펜싱의 종주국은 프랑스이고 4강 신화를 쓴 축구역시 영국이 종주국이니, 종주국이라고 해서 금메달을 보장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한계에 정당하게 도전하고 승리하는 것이 올림픽이 주는 교훈이라면, '은근과 끈기의 도전정신'이란, 유전자가 대한민국에 있음을 우리가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국가라는 이름 앞에 유난히 숙연하고 비장해 지는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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