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사람
나는 행복한 사람
  • 허세강 <수필가>
  • 승인 2012.08.0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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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허세강 <수필가>

오늘도 아침 6시부터 둥당거리기 시작하였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하지만 정말 미친 짓이다. 음악적 재능은 제로에 가까운 내가 늘그막에 무슨 대단한 기타리스트가 되겠다고 이렇게 꼭두 새벽부터 난리 법석을 떨까?

TV가요프로에서 한 가수가 통기타를 치며 부르는 셔플리듬의 '나는 행복한 사람'이란 곡에 매료되어 그 곡을 평생의 도전과제로 선정해 맹연습을 계속해온지 벌써 석달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음정, 박자, 리듬의 감을 잡지 못해 헤매고 있을 뿐이다.

한참 탄력을 받아 이제 막 무엇인가 느낌이 오는 것 같은데 아내가 방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 왔다. 당신은 기타치며 노래 불러 행복한 사람인지 모르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는 잠 못 이루는 여인이라며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자기가 보기에는 이 곡은 내겐 듣는 노래일 뿐이지 부를 수 있는 노래는 결코 아닐 것 같다며 차라리 전영의 '어디쯤 가고 있을까'를 배우며 자숙의 시간을 가져 보라며 문을 닫고 나갔다. 아내의 충고(?)에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 그럴진대 어찌하겠나. 일전에 딸아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음악의 아버지가 베토벤이라면 우리 아빠는 음악의 창조자라고 하였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가수들은 같은 노래를 주구장천 똑같이 불러대는데 아빠는 같은 노래를 열 번, 스무번, 백번을 불러도 그 때 마다 새로운 스타일과 새로운 창법으로 부르시니 음악의 창조가아니고 무엇이며 누가 감히 아빠처럼 부를 수 있겠느냐고 하여 한참을 웃었다.

지금 내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불변의 진리 하나가 있다면 그 것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나는 그 것을 굳게 믿으며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꿈은 이루어지리라 확신하고 있다.

공직을 정년퇴임하고 은퇴생활을 하며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것은 변변한 취미하나 없이 그 긴긴 세월을 살아 왔다는 것이다. 인사기록카드의 취미란에 적을 것이 없어 1년에 책 한권 읽을까 말까 하면서 독서라고 적었던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돌이켜 보니 취미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나이 들어서 삶의 질의 차이가 하늘과 땅보다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돈이 많다고, 높이 승진하였다고 행복한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사는 것이 참 행복이다. 비록 때 늦은 후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즐길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늦게 시작 한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고 하다가 중단 할까봐 그것이 두려울 뿐이다. 나의 소질과 능력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멋진 기타연주를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꿈을 이루려 오늘도 여섯 가닥의 기타 줄에 혼을 싣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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