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처음처럼’ 살아야
늘 ‘처음처럼’ 살아야
  • 이희천 <한국교원대>
  • 승인 2012.08.0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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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희천 <한국교원대>

얼마 전 여고 동창의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대전 송강에 있는 성당이었습니다. 식장으로 향하면서 ‘우리가 이제는 자식 결혼을 시켜야 하는 나이구나’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곧 식장에 도착했습니다. 신랑 및 그 부모와 인사를 나눈 후 하객으로 참석한 동창들을 만나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다가 식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뒤에 서서 보다가 나올까 했는데 모두 자리에 앉으라는 진행자의 말에 일단 자리를 잡았습니다.

신자가 아닌 저에게 성당 예식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색다른 결혼식 분위기에 호기심도 발동하고 해서 끝까지 있었습니다. 예식 절차에 따라 ‘일어섰다 앉았다’를 서너 번 반복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으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례인 신부님의 말씀과 진행방법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 그렇구나’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김미경 강사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불공정거래 하지마라)’이란 제목의 강의 영상을 시청한 후 주례 신부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중간 중간 농담처럼 말씀하신 진심어린 덕담은 매우 신선했습니다. 젊은 신혼부부 및 친가·처가의 특성과 실상을 리얼하게 인용해가며 신혼부부가 살아가는 동안 명심해야 할 주옥같은 말씀이 많았습니다.

결혼이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향해 살아가며 서로를 키워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상대방이 잘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가며 힘이 되어 주는 것이 서로를 키우는 것이라는 요지의 말씀에 공감이 갔습니다.

우리 사회의 전통과 관습도 현 실정에 맞게 잘 짚어주셨습니다. 부모에 대한 효도는 분명히 해야 하지만 친정·시댁을 두고 우선순위를 따지지는 말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냐는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뜻일 것입니다. 사소한 문제에 목숨을 걸지 말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양가에 정성을 다하면 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착을 버려야 한다는 말씀도 공감이 갔습니다. 결혼을 시키는 순간 ‘내 자식이 아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해주기를 기대하지 말라는 뜻일 것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원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국에는 부모가 자녀의 가정을 파탄으로 끌고 가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버려야 산다고 했습니다. 기대를, 욕심을 말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가 난 두개의 돌도 음양을 살펴 상황과 여건에 맞게 잘 맞추면 상호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도움 받을 것은 받는 그런 윈윈의 자세야 말로 상생을 위한 최선일 것입니다. 부부관계가 그래야 된다는 얘기라고 봅니다.

그 날 신혼부부는 매우 행복해 보였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오랜 세월 알고 사귀다가 결혼에 성공한 신혼부부라고 했습니다. 주례 신부님이 ‘그렇게 좋아’라는 질문을 두세 번 반복 할 정도로 신혼부부는 좋아 죽겠는듯 보였습니다. 참 보기 좋았습니다.

살다보면 기쁘고 편안할 때보다 슬프고 힘든 때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늘 ‘처음처럼’ 초심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힘들고 슬플때 일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위해 주는 희생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마음, 그런 자세만 확고하다면 오늘도, 내일도 행복할 것입니다. 두 신혼부부의 건승과 가정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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