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공부라니
연애도 공부라니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2.07.3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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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누구나 공통으로 관심을 갖는 게 있다면 연애가 아닐까. 토크쇼에 나왔던 유명정치인이나 인기 탤런트의 방송이 나간 후에 보면 인터넷 기사마다 그들의 연애와 사랑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걸 볼 수 있다. 유명인의 사생활도 궁금하지만, 특별히 연애라는 말에 치중한다. 우리들 저마다 그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고 더불어 모두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큰아이는 연애에 젬병이다. 소질이 없는 것인지 대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남자 친구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언젠가 자기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가 보다고 심각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친구 사귀는 것을 기성세대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걸 생각하면 걱정이 되다가도 때가 되면 어련히 알아서 사귈까 하는 마음에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며칠 전 시사 주간지에서 충격적인 기사를 읽었다. 픽업아티스트라는 학원이 있다는데, 여자를 픽업(pick up)한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로 비싼 학원비를 내면서 연애하는 법은 물론 여자친구 관리법까지 배운단다. 이것까지는 순진한 남성들을 위한 것이라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음이 가관이었다. 픽업 아티스트라는 모종의 카페가 한두 군데가 아니고 회원도 1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오프라인 학원까지 겸하고 있으면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일회성 만남을 유도하는 게 문제다.

낮에는 서점이나 지하철, 그리고 밤에는 클럽과 나이트클럽에서 실습까지 한다는 말에 더욱 놀랐다. 그리고는 자기네가 얼마나 충실한 수강생이었는지 스킨십에서 키스 그리고 잠자리까지 카페 게시글에 올려 다 같이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피해를 본 사람은 여성 아니겠는가? 물론 픽업아티스트 수강생 중 여성과 사귀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자신감과 용기를 배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마음에 들기는 하는데 수줍어서 말을 걸지 못하는 남성이 문을 두드릴 수도 있으니 탓할 건 없다. 단지 픽업아티스트를 통해서 피해를 본 여성들의 글을 읽다 보니 허투루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탤런트가 사랑을 연기로 해 보이는 것도 가끔은 거북스러운데 그런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연애를 연기처럼 해 보이는 풍조가 두렵다. 사는 것 자체가 연극이라는 표현도 있고 실제 우리는 모두 자기에게 맞는 연기를 해 보이며 살지만 사랑이나 연애만큼은 아니다. 운전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주행 연습도 하는 것처럼 연애도 배우면서 터득하는 시대라는 게 어쩐지 씁쓸하다. 필연 숫기가 없어서 연애에 서투른 몇몇 사람을 위해서 생겼을 시스템이 잘못 오염된 것이라면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전처럼 첫눈에 반해서 데이트가 시작되었다거나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는 일 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는 시대다. 그들이 픽업 아티스트인지 아닌지를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과 연애는 인간의 가장 보편화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마저도 의도적인 또는 시험적 대상으로 전락했다. 자기의 테크닉 연습을 위해 누군가에게 무작위로 시험해 보는 일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기만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첫사랑에 상처를 받아 아파하는 풋풋한 청년들의 모습, 그러면서 그 시행착오로 성장해 가는, 지극히 보편적이었던 우리의 젊은 시절 문화는 어디서고 찾아보기 힘든 일들이 된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사랑까지 매뉴얼로 정해 두고 따라 맞춰 한다면 무슨 재미로 살 것인지 갈수록 팍팍해지는 이 시대가 정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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