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과 화상
해수욕과 화상
  • 한범덕 <청주시장>
  • 승인 2012.07.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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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범덕 <청주시장>

저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자녀를 셋 두었습니다. 국가 시책에 호응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너무 좋아 1남1녀를 보고도 늦둥이로 나이 마흔에 딸을 하나 더 가졌지요. 이 막내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던 해 여름휴가로 강릉 경포대를 다녀왔습니다. 졸라대는 아이의 성화도 있었지만, 바닷가에서 더우면 물에 들어가고,

싫증이 나면 파라솔에 들어와 책을 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갔지요. 또 곁들여 생선회에 소주 한잔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3박 4일의 휴가 첫날, 예상했던 대로 막내는 종일 물속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저는 가지고 간 추리소설 한 권을 종일 파라솔 안에서 읽었습니다. 햇살비치는 방향의 반대로 머리를 비켜가면서 책을 읽다가, 가끔 더우면 옷 입은 채로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하면서 한나절을 잘 보냈지요. 그리고 저녁엔 근처 식당을 찾아가 신선한 회와 푸짐한 저녁도 즐겼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숙소로 들어온 후였습니다. TV를 보다가 피곤해서 잠이 들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온몸이 따가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가만 보니, 딸아이도 얼굴이 빨갛게 되어 잠을 못자고 괴로워하는 것이었습니다.

참 못난 아비였습니다. 여름 한낮의 햇볕에 무리하게 노출되어 화상을 입은 것인데, 그걸 몰랐던 겁니다. 더욱이 그에 대한 상식을 갖고 응급처치를 해야 했는데도 도무지 기초적인 대응조차 하질 못하고 괴로워하면서 밤을 샜지요.

이튿날 약국에 가서 참 한심한 사람이라는 눈총을 받으며, 약을 사고 알로에를 구해 계속 화상부위에 처치를 했지만, 고통은 엄청나게 오래가더군요. 그 당시 우리 막내 얼굴은 어찌 그리 퉁퉁 부었는지, 보기가 딱했었답니다.

그때 알게 된 화상의 응급처치는 화상부위의 열을 빼는 것이었습니다. 밤새 욕실에서 찬물로 식혔더라면 고생이 덜했을 텐데, 참 미련했습니다. 자료를 보니 1도에서 3도까지의 화상을 입은 경우, 무조건 찬물로 화상의 열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2도 이상의 화상은, 즉시 병원으로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화상은 생명을 잃거나 상처로 인한 고통도 있지만, 피부의 손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크게 입게 됩니다.

화상치료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상처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피부이식을 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절제와 피부이식'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의 의술로도 화상 흉터의 치료는 완전하질 않습니다. 그러나 생명과 상관없는 화상 흉터의 치료로 레이저를 이용하여 피부 깊숙이 들어가 피부조직을 활성화하는 치료법이 많이 개발되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프락셀레이저, 어펌레이저, G-빔레이저, V-빔레이저 등 종류도 많더군요.

생명의 문제가 걸린 중화상환자는 50% 이상의 피부가 손상되면 이식할 수가 없어 사망하게 되는데, 지금은 자기 피부를 10원짜리 동전만큼 떼어내 3주 정도 배양하면 전신을 감쌀 수 있는 정도의 피부를 재생시킬 수 있어 치료할 수 있는 정도까지 와 있다고 합니다. 바로 바이오치료라는 겁니다. 휴가철로 접어드니 화상으로 고생한 기억이 나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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