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고독의 정신분석
외로움과 고독의 정신분석
  •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7.2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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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의 노시인 이적요, 추창민 감독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노인 장군봉은 외로웠을까, 고독했을까?

외로움과 고독의 사전적 의미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철학적, 심리학적으로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孤獨, solitude)은 뚜렷이 구분이 된다. 외로움은 내가 타인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거절당한 소외'를, 고독은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자발적인 자기격리'를 의미한다.

철학자 틸리히(Tillich)는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외로움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은 고독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정신분석학자 설리번(Sullivan)은 '관계로부터 격리된 부정적 혼자됨'을 외로움으로,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됨'을 고독'으로 구분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 외로움을 느끼고 두려워하게 된다. 10대 청소년들의 무리 짓기, 카톡, 블러그 등을 통한 끝없는 대화, 무슨 일을 하든 '같이'해야만 하는 이들은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친구와 같이 간다. 성인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직장일이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모임을 만들고 어울리며 하나 됨을 외친다. 몸이 피곤해도, 집안에 일이 생겨도 관계 맺기에 어려움이 생길까봐 뒷전이고 쓰디쓴 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혼자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심층심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것이다. 루소(Rousseau)는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고 말했다. 외로움은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도 엄습한다.

"한국, 김치 다음 세계최고 자살률로 유명" OECD 수석정책분석가의 말이다.

자살,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외로움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롭다. 인생은 함께 살아가는 것 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은 혼자 가야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외로움이 찾아 왔을 때 "혼자 있는 게 뭐 어때서"라고 생각하며 그 외로움을 어떻게 맞이하고 다룰 것인지에 대한 준비와 힘이 필요하다. 이 때 외로움을 넘어 혼자 있음을 즐기는 고독의 단계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불쑥 찾아온 외로움에 화들짝 놀라 쫓아버리거나 기가 죽어 이리 저리 사람을 찾아 헤매는 것은 결코 지혜로운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자아 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은 젊은 시절 지독한 외로움과 방황 중 이태리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다 "이런 나르시즘은 그에 대항할 만한 자신만만한 생각이나 힘을 찾지 못하면 이는 분명히 젊은이의 정식적 타락이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외로움에 대항할만한 '자신만만한 생각이나 힘'은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昇華·Sublimation)시킬 수 있을 것이다.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거나 흔들리지 않고 자기 삶의 당당한 주인이 된 사람의 '외로움'은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고독한 사람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외로움이 두려워 지금 이 순간도 카톡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노년의 외로움을 미리 걱정하며 여러 저기 모임에 바삐 얼굴을 내밀고 다니는 나 자신에게 묻고 싶다.

"지금 외롭니? 아니면 고독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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