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부모산성의 비밀
청주 부모산성의 비밀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7.2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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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청주는 사람 살기에 참 좋은 고장이다. 동쪽에는 우암산, 서쪽에는 부모산이 있어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생각된다. 특히 부모산은 '부모와 같은 산'이라 하여 변함없이 부모산이라고 불려왔다. 최근에는 청주시민의 여가의 장으로 의미를 더하고 있는 산으로 이제는 청주시민들이 발로 직접 오르내리며 그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청주 부모산성에서는 삼국시대 후기 청주지역의 역사적 상황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물이 나왔다. 부모산성은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과 지동동의 경계에 솟아 잇는 부모산에 돌을 쌓아 만든 산성이다. 청주와 청원지역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남북을 연결하는 교통로가 발달된 요충지이기도 하다.

조사 결과 성 안쪽의 평탄한 대지에서 건물터와 집터로 보이는 시설, 저장구덩이, 연못 등이 발견되었다. 또한 성 안의 물을 빼내기 위한 단면 '요(凹)'자형 배수구도 확인되었다.

한편 성 안에서 나온 유물로는 '도장글씨기와'라 하여 도장과 같은 도구에 문자나 문양을 새겨 찍은 기와가 있으며, 굽다리 접시, 바리, 그릇받침, 시루 등도 있다. 특히 도장글씨기와는 백제의 대표적인 유물로, 공주 공산성이나 부여 부소산성 등 왕궁지의 도성과 왕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는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리사지 등 큰 절터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것들이다. 따라서 부모산성의 도장글씨기와 역시 청주지역에 왕궁에 버금가는 시설이나 이 지역을 다스리던 큰 관청이 있었던 사실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고 역사학자들은 평가한다.

한편 부모산성에서는 백제의 대표유물인 도장글씨기와와 함께 적대적인 위치에 있었던 신라의토기들인 굽다리접시나 토기뚜껑 등도 발견되어 흥미롭다. 이들 신라토기는 백제유물보다는 다소 늦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통해 6~7세기 때 청주지역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던 정치적 상황들을 엿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사실들은 예로부터 청주지역이 지리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음을 말해주는 자료가 되고 있다.

최근에 아끼는 후배로부터 두께가 두꺼운 책자를 택배로 받았다. 청주를 대표하는 산성으로 평가되는 부모산성에 대한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까웠었는데, 최근에 종합 학술조사 보고서가 나와서 필자에게 보내 온 것이다. 부모산의 역사와 지리에서부터 주변의 고고학적 환경, 그리고 삼국통일의 격전지로서의 부모산성의 위치, 불교유적과 성격, 부모산 기슭의 사람과 마을 식생, 부모산의 정비 및 활용 방안까지 말 그대로 부모산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서가 발간되어 나에게 보내 온 것이다. 정말 고생해서 만들어 진 보고서 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맺고 있다. "부모산은 선사시대 이래 청주 서쪽 지역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역사문화자산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중략)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부모산에 올라 심신을 달래고 건강을 다지며 내일을 꿈꾼다. 이 산이 가지는 역사성 못지 않게 이 지역 주민들에게 삶의 의지처가 되었던 산임을 인식하고, 보존과 정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위대한 역사는 지금 만들어져야 한다. 내 고장에 대한 애정과 긍지와 자부심으로 주변의 역사와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서를 읽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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