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쫓아가는 술래잡기
행복을 쫓아가는 술래잡기
  • 이규정 <소설가>
  • 승인 2012.07.2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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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규정 <소설가>

나는 주야로 교대하는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이다.

주간에는 이른 새벽에 출근하고 야간에는 저녁 시간에 출근한다. 직장이 또한 제법이나 멀어서 통근버스를 이용한다.

고유가 시대에 기름 값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세수는커녕 양말조차 신지도 못하고 쫓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날도 정류장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통근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통근버스를 기다리며 게슴츠레한 눈망울을 훔치고 있었다. 늦잠을 잤는지 헐레벌떡 쫓아오던 여자가 안도하는 한숨을 몰아쉬며 핸드폰을 잡아들었다.

슬그머니 엿들었더니 아이들에게 아침을 먹고 학교 가라고 타이르는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스런 모습이 멈추지 않았다.

통근버스가 도착해서야 안도하는 한숨을 몰아쉬며 그녀가 통근버스에 올라섰다.

그녀를 뒤따라 올라서는 통근버스에 주저앉았다. 앞자리에 주저앉은 그녀는 통근버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무겁게 내려앉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느 사이에 잠이 들었는지 창문에 쓰러지는 모습이 백합꽃처럼 보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 무엇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의 향기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통근버스에서 잠드는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다.

누구나 이른 새벽에 출근하거나 야간근무를 하고서 잠드는 것은 누구도 못 말리는 생리현상이다. 거기에 가끔은 피곤이 몰려들어서는 깊은 잠속에 빠져들기도 한다.

회사에 도착해서야 잠이 깨 통근버스에서 내렸다. 이전이나 다름없이 출근하는 직장에서 하루를 보낸 것이다.

퇴근시간, 통근버스에서 잠이 들었다. 오늘따라 얼마나 피곤했는지 나도 모르게 깊은 잠으로 빠져들은 것이다.

잠이 깨어서는 어느 사이에 집을 한참이나 지난 길목을 내달리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서 쫓아가는 기사에게 버스를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슬그머니 멈추는 버스에서 그녀가 또한 헐레벌떡 내려서고 있었다. 그녀가 또한 얼마나 피곤했는지 깊은 잠속에 빠져들었던 모양이다.

통근버스에 내려 되돌아오는 길목이 멀기도 하다. 다급하게 내달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머쓱하게 쳐다보며 내려서고 있었다.

집이 가까워지면서 "엄마다!"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반기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제법이나 요란스러웠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이들을 버썩 끌어안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멈추지 않았다.

함박꽃처럼 환한 얼굴이 또한 평화롭게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또한 하얀 백합꽃처럼 예쁘기도 했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운 곳에 있다.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 또한 행복한 삶에 지름길이다. 하지만 괜스런 욕심이 더해지는 것만큼 멀어지는 행복을 쫓아가는 술래잡기를 멈추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나또한 하찮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반성하면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부럽다는 한숨이 한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 이제라도 욕심이 더해지는 것만큼 멀어지는 행복을 쫓아가는 술래잡기를 멈추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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