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한약의 역사
발효한약의 역사
  • 천용민 <청주 자인한의원 원장>
  • 승인 2012.07.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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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한방의학과 맥락… 전통발효식품 사용

천용민 <청주 자인한의원 원장>

"발효효소한약이란 것이 있습니까? 지인께서 복용하셨는데 좋다고 하더군요. 새로 개발된 한약인가요?"

"발효한약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관대작들이 복용했던 귀한 발효한약도 있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전체 한약재를 발효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약재에 국한됐고, 현대에 와서는 약재의 약성이 약해지고 식생활의 변화로 인한 신체 변화로 전체 약재를 발효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 발효약재인 신곡(六神麴-누룩발효)은 밀가루와 행인, 팥, 청호, 창이자, 여뀌잎을 재료로 발효한 한약재로 음식을 소화시키고 식욕을 돋구며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한다. 다른 소화한약재에는 없는 미생물(효모 황국균)이 있어 소화와 정장(淨腸:대장을 정화)의 효과까지 있다.

두시(豆 -청국장)는 콩과의 콩(Glycine max Merrill)을 삶아서 발효시킨 한약재다. 두시는 체표면의 사기(邪氣.virus)를 제거해, 감기로 인한 풍열(風熱), 풍한(風寒)을 제거한다. 가슴답답을 제거하고, 위장관내의 울체된 기운을 풀어주며 소화를 돕는다. 본초강목의 홍국은 소화기능에 혈액순환작용을 추가한 발효 한약재로, 소화불량과 설사를 다스리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제거해 혈액순화을 촉진시킨다.

약재의 독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발효를 한 발효한약도 있다.

반하곡(半夏麴)으로 반하에 밀가루, 생강즙을 가해서 발효한 것으로, 담을 삭이고 기침을 멈추며 설사를 치료하는데 사용했다. 동의보감을 보면 콩을 발효시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고, 소젖이나 말젖, 양젖(수, 제호, 락) 등을 발효시켜 한약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발효한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요구르트도 만들어진다. 수, 제호, 락을 발효해 한약을 만들기전 상태에서는 현대의 요구르트와 같은 것으로, 요구르트도 하나의 한약재로 볼 수 있다.

타락(駝酪)은 우유를 말한다. 타락으로 만든 타락죽(駝酪粥)을 궁중에서는 약처럼 사용했고, 임금이 병이 나거나 몸이 약할 때 내의원에서 보양식으로 올렸다. 타락을 잘 발효시켜 요구르트를 만들었고, 이 요구르트를 건조해 몇 년을 두어도 썩지 않는 건락(乾酪)을 만들었다. 타락죽(졸인젖-발효효소)은 심폐를 보하고, 갈증과 기침을 멈추며, 머리털을 윤기나게 한다고 했다. 발효한약인 제호는 발효된 타락을 발효해 나오는 졸인 젖의 정미로운 물이다. 제호는 피부가려움증을 다스리고, 기침이나 몸의 허한 곳을 보하는 작용이 있다. 이 정미로운 물을 이용해 제호탕을 만들어 발효한약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발효한약 개념은 한방의학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고, 요구르트는 사실 우리의 전통발효식품이었으며, 한약을 만드는 재료인 약재이기도 했다. 우리민족 고유문화의 수탈과 말살의 역사였던 일제 강점기 전까지만 해도 요구르트를 만드는 유산균들을 우리민족이 보존하고 있었다고 한다.일제 강점기 때 요구르트의 종균들이 사라진 것이 아쉽다.

직접 발효를 하는 방법 이외에 속미분, 속미감즙, 초(醋:식초)를 사용한 발효한약도 있다.

식초(醋) 역시 발효해 만든 것으로 발효 효소한약의 일종으로 사용됐다.

직접 발효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재를 식초에 담그어 두었다가 말려서 쓰는 초침(醋浸), 한약재에 식초를 가하여 볶는 초초(醋炒), 광물성 한약재를 벌겋게 달구었다가 식초에 담그는 초쉬(醋 ) 등의 발효보료를 이용한 수치법도 사용했다.

수천년간 이어져온 전통방식의 발효법제는 발효과정에 쓰이는 미생물이 일정하지 않은데다 썩기 쉽고 효능을 일정하게 만들기 어려웠다.

현대 발효한약의 미생물은 미생물학 전문가들의 노력에 의해 안전하고 인체에 유익한 선옥균을 사용하고 있다.

발효에 사용되는 미생물은 진균(眞菌), 효소(酵素), 세균(細菌)으로 이 중에서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식용으로 허가받은 유산균, 효모, 바실러스 등 선옥균 미생물을 사용한다.

한의사 미생물학자 발효공학박사 식품영양학자 등 여러 유관전문분야의 공동연구와 협력으로 발효한약은 발전돼 왔고, 앞으로도 수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질병치료와 예방에 매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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