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무관심
관심과 무관심
  • 이용길 <시인>
  • 승인 2012.07.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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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용길 <시인>

행복과 불행은 선택이라 했다. 이왕이면 행복의 손을 맞잡고 가는 생이 한결 낫지 않을까.

상쾌한 기분으로 운전하며 출근하고 있는데,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밝게 됐다.

횡단보도의 파란 신호등은 아직 켜지지도 않았는데 대여섯 명의 학생이 우르르 차도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뛰어갔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눈대중으로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일까. 하지만 신호체계를 믿고 속력을 내던 나는 무척이나 황당하고 당혹스러웠다.

놀란 가슴을 억누르며 학생들을 향해 버럭 소리를 내지르니 두어 번 머리를 긁적대고는 휑하니 사라졌다. 장난삼아 한 행동으로 보기엔 너무나 지각없는 태도였다.

더욱이 멀뚱히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는 주변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감정 없는 조형물인 것만 같아 오싹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요즘 사회인들 사이에 만연한 '무관심'의 단편인 것 같다.

주위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직접적인 득실 없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며.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기도 달갑게 생각지 않는다.

괜한 일에 관여했다가는 언제 자신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기방어가 어느새 마음 깊이 자리한 탓에 우리의 삶 곳곳은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세상은 더욱 각박해져만 간다.

사람은 자신의 외모를 확실히 볼 수가 없다.

항상 거울을 통해 비춰볼 뿐이다. 그것도 앞모습만 보았지 다른 모습이 어떤지는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확실히 아는 사람은 나 아닌 타인이다.

그들은 나의 웃는 모습과 찡그리는 표정을 통해 내 마음을 읽고, 나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시선을 떼지 않고 평가하여 나를 일깨워준다.

내가 볼 수 없는 각도에서 나를 보고 내가 느낄 수 없는 방식으로 나를 느끼고, 나의 판단과는 또 다른 판단으로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내가 늘 피드백과 관계 속에서 발전해 나간다면 그 얼마나 축복받은 삶이겠는가.

비단 이러한 흉악한 범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았더라면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하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타인의 눈과 시선을 마주해야 함이 우선일 것이다.

누구나 때때로 자신의 존재성에 대해 의문이 따를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서 나의 존재는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정립되곤 한다.

작고 큰 돌들이 서로를 떠받치고 보듬어 돌담을 이루듯이 모자란 것은 모자란 것이 채워주며 사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닐까.

신호등이 들어왔다.

마치 정지해 있던 시간이 흘러가듯 각양각색의 차를 타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와 호흡을 맞추며 나아간다.

다만 가다가 멈출 수 없는 인생이기에, 보다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의지해가며 이 긴 여정을 안전히 마칠 때까지 미소 지으며 달려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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