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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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7.18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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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안상학

세상 살기 힘든 날
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
강가에 나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 보면
저렇게 살아 갈 수 없을까
저렇게 살다 갈 수 없을까
이 땅에 젖어들지 않고
젖어들어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
흔적도 없이 강물에 젖어
흘러 가버렸으면 좋지 않을까
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이 땅에 한 번 스미지도
뿌리 내리지도 않고
무심히 강물과 몸 섞으며
그저 흘러흘러 갔으면 좋지 않을까
비조차 마음 부러운 날
세상 살기 참 힘들다 생각한 날
강가에 나가 나는



※ 순응하고 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순응하기 위해선 욕망도 자신도 내려놓아야 하니까요. 차이를 인정하고 타인을 수용의 자세를 강물을 통해 봅니다. 후드득 하늘이 비를 뿌리면, 강물은 꾹꾹 도장 찍듯 빗방울을 받아냅니다. 수직과 수평의 관계가 동그란 파문으로 일다 강물로 하나되어 흐릅니다. 장맛비로 넘쳐나는 물길이지만 한번쯤 말없이 흘러가는 강물과 마주앉아 보는 것은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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