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정규영 <청주 중앙동>
  • 승인 2012.07.1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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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규영 <청주 중앙동>

요즘,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 셀러인 혜민스님의 책제목이다. 웰빙에 이은 힐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이 이리도 인기를 얻는데에는 힐링과 함께 한국인 특유의 감정때문인거 같다. 너무도 바삐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온 한국인들은 이제야, 현실을 바라본다.

이렇듯 열심히, 성실히 살아왔으면 누구에게나 칭송받고 눈에 보이는 성과에 뿌듯할 줄 알았는데, 눈 앞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화가 나는데 혜민스님의 쉬운 문체의 글이 낯설지 않게 너무도 따뜻하게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그 손길이 따뜻해 자신의 감정마냥 이입이 되어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만다. 당연한 일이고, 누구나 알 수 있고 공감할수 있는 글귀로 이루어져 있다.

글을 읽다보면 '그래, 이리 살아야지. 내려 놓아야지.'하는 다짐을 수없이 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 반듯하게 생기신 스님의 얼굴과 정갈한 글솜씨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인생사 어디 그런가. 칼로 무자르듯 댕강 자를수 없는게 우리네 인연으로 이뤄진 인생사가 아닌가. 하나 정리하고 나면, 또 다른 하나가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게 꼭 두더지 게임같다.

몇일에 걸쳐 책을 읽으면서, 내가 힘들었던 인간관계 속 갈등이 바라보기의 관점차이 같았다. 내가 바라보는 관점과 상대방이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사람사이 갈등이 다 거기서 거기구나 라고 느꼈다. 나만이 아니라,너도 느끼고, 우리도 느낀거라는 점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스님은 책속에서 사람과의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으셨다. 그 갈등요인을 그냥 바라보면 어느새 금방 소멸된다는 것이다.

금방 사그러들 문제를 되새기고, 남에게 얘기하면서 점점 더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화'는 내 것이 아니란다. '화'는 다스리지 못하니 내것이 아니란다. 왜냐하면 내것은 내 마음대로 다스릴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미움도, 화도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란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고 그냥 잠시 들른 손님일 뿐이라고 한발짝 떨어져 지켜보란다.

책을 읽으면서 '맞다 맞어.'하며 맞장구도 치고 숨긴 내 마음을 들킨거 같아 부끄러워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인생이 평탄한 길로만 이루어졌다면 안정적이긴해도 생동감이 없어 지루했을 것이다.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다. 내리막길로 곤박박칠거 같다가도 어느새 오르막길로 오르고 오르막이 계속될거 같다가도 또 내리막으로 우리를 놀래킨다.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를 잡아주는 안전바가 같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바 없이는 결코 롤러코스터는 출발하지 않는다.안전바가 단단히 채워진 걸 확인한 다음 움직인다. 그리고 탑승자는 결격 사유가 없음을 확인한 다음 탑승하게 된다. 난 이 책뿐만 아니라 모든 책들이 하나의 또다른 우리네 인생의 안전바라는 생각이 든다. 해결책은 아니지만 나 같은 이가 많다는 것을 느끼며 위안 삼아 같이 탑승하는 안전바.

청소년은 청소년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막중한 책임을 요하는 시대다. 힘든 현실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거 같아 안타깝지만 그래도 자신의 문제를 치유하고자 하는 이가 많다는 점에 마음이 놓인다.

얼마나 다행인가. 문제를 인정하는 많은 독자들과 우리네 문제를 따뜻하게 다독여 주는 이런 분들이 계신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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