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공격성
여름과 공격성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7.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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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통계에 의하면 사소한 말다툼, 큰 싸움, 부부싸움 등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가 여름철 장마 전후라고 한다. 또 무기력증 등으로 업무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시기 또한 이 때다. 환경에 의해 개인의 공격성(aggression)이 극과 극으로 치닫기 쉬운 7월, 공격성의 적절한 조절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신분석이론에서 프로이드(Fre ud)는 정신적 에너지 체계를 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인 신체적 에너지로 표출된다고 보았다. 자기 보존적 본능과 성적 본능을 합한 삶의 본능을 에로스(Eros), 공격적인 본능들로 구성되는 죽음의 본능을 타나토스(Thanatos)로 불렀다.

삶과 죽음, 사랑과 공격성,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한 인간의 삶이 지속되는 동안 티격태격하며 지속된다. 무덥고 습한 날이 계속되는 요즘 타나토스의 주 본능인 공격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본능인 공격성을 처리하는 유형에는 세 가지가 있다. 마음속에 일어난 공격성을 소극적(비주장적) 자기표현을 통하여 자신을 향해 돌리는 사람. 공격적 자기표현 방식으로 밖으로 표출하는 사람. 주장적 자기표현을 통해 공격성을 적절히 조절하는 사람 등이 있다.

공격성을 밖으로 표현하는 경우의 행동특성은 자신의 입장만을 배려하고, 타인의 욕구와 인권을 무시하거나 희생시키고, 자신의 욕구를 성취하기 위해 자기 본위적 표현을 한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처음엔 승리감과 우월감의 감정을 지니지만 나중엔 죄의식을 가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공격성의 표출로 인해 자신의 욕구를 성취할 수 있으나, 상대방에게 분노와 복수심을 심어주고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될 수 있다.

공격성이 소극적 자기표현으로 표출될 경우 발동된 공격성을 자신에게로 돌리게 된다. 요즘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는 학생들의 자살, 우울증 등은 공격성의 소극적 자기표현의의 결과이다.

주장적 자기표현으로 공격성을 적절히 조절하는 사람은 어떠할까? 자기의 입장을 배려하되 타인의 권리와 인격을 존중하고, 자기의 욕구를 성취하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기존중감이 높아 결과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성취하고 타인과 상호 존중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을 본 프로이드는 공격성이 성적에너지(Libido) 만큼 강한 행동의 동기라고 생각하였다. 성욕과 공격성은 인간이 지닌 본능으로 생존과 성취를 위해 필수적이다. 운동선수가 우승을 위한 공격적인 경쟁을 싫어한다면, 대학입학이라는 목표 성취를 향한 공격적인 에너지가 없는 학생이 가득한 고 3학년 교실을 상상해 보면 공격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름날 축 늘어져 움직이기도 싫어하는 경우는 공격적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이다. 반대로 습한 사무실에서 사소한 부딪침에도 핏대를 올려가며 싸우는 사람은 공격적 에너지가 넘치는 경우이다.

정신분석학자 정도언 교수는 공격성의 '간'맞추기를 주문하고 있다. 즉, 음식의 간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지나치게 짜거나 심심해서 먹기 힘들어 진다. 공격성의 분출에도 간 맞추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돈을 쓸 때 대차대조표를 작성하여 쓰면 더 효율적이듯이 공격성을 사용할 때에도 대차대조표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돈도 한정되어 있듯이 우리가 가진 정신적 에너지 또한 한정되어 있다. 공격적 에너지를 남에게 지나치게 투사하고 나면 막상 나를 위해 창의적으로 쓸 수 있는 공격적 에너지가 부족하게 된다. 공격적 에너지를 지나치게 내 안으로 투사하면 자신을 해한다. 또한 타인을 배려하고 관계를 맺고 성취할 수 있는 공격적 에너지가 부족할 수 있다.

무덥고 습한 7월, 공격성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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