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휴가 시대를 꿈꾸며
전국민 휴가 시대를 꿈꾸며
  • 김성수 <청주새순교회 목사>
  • 승인 2012.07.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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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성수 <청주새순교회 목사>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많은 사람들이 계곡과 바다를 찾아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푸른 바닷물에 수영을 하면서 더위를 식히고, 몸과 마음에 누적된 피로를 떨쳐내기도 할 것이다.

가족과 더불어 가까운 이웃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여름철 음식인 옥수수, 감자, 수박, 참외를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야말로 한국 사회 서민들이 만들어 가는 여름풍경이 되어 가고 있다.

얼마나 정겨운 모처럼 만에 여유인가?

서구인들의 여유 있는 바캉스 문화에 비하면 소박한 여름휴가지만 그것조차도 사치로 여기고 휴가는 꿈에도 생각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우리 주변에 많다. 그럼에도 필자는 무리를 해서라도 여름휴가를 챙겨야 한다고 강권하고 싶다. 왜인가? 그것은 톱니바퀴처럼 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온 서민이 찾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기계도 잠시 가동을 멈추고 정비하고 기름을 쳐야 한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잠시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하다. 악보에도 쉼표가 있고, 고속도로에도 휴게소가 있고, 운동경기에도 휴식시간이 있지 않은가?

오늘 우리는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도 잠시 풀어서 긴장을 완화해야 탄력을 잃어버리지 않아 다음에 활시위를 당길 때 화살이 과녁을 향해 곧게 날아가는 것이다. 어디 활시위뿐이랴. 어떤 때는 머리가 빡빡한 것 같고, 심장이 멈출 것 같고,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지 않은가? 쉼이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전국민 휴가 시대를 열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사치스럽고 문란한 여름문화가 아니라 건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하프타임을 통해 심장과 근육을 쉬게 하고, 전반전의 실수와 오류를 시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워 후반전을 맞이하듯, 고단한 전반기의 일을 마치고, 후반기를 맞이하기 위해서, 1년을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구상하기 위해 시간의 새로운 마디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서 삶의 하프타임을 가져야 한다.

한국 사회는 개인도 사회도 곳곳에서 피로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여유를 가질 만한 시기에 세상을 떠난다. 쉴 겨를도 없이 일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질병은 도둑처럼 몰래 찾아와 단란한 가정을 파괴한다. 어디 그 뿐이랴 독버섯처럼 번지는 사회적 일탈, 성인들의 중독증후군, 높아가는 자살률, 40대 사망률 등등 이 모두가 우리사회 피로증후군들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렸지만, 서민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계층이 골고루인 사회가 되지 못하고 사다리의 위와 아래, 양쪽으로 치우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세심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가 기관의 비대화를 막아야 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공무원 수도 줄여야 한다.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일도 자제해야 하고, 세금의 사용도 꼭 필요한 곳에만 국한돼야 하고 남는 것이 있으면,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거둔 것이라고 펑펑 써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공공기관 청사는 고대광실 권위적으로 지을 것인가.

국가는 국민이 건강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를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요란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성실하게 일하고, 자기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영위할 때, 최소한의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필자는 그 대안 중 하나가 국민의 쉴 수 있는 휴가의 시대를 여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중산층이 건전한 여가문화와 휴식을 즐길 수 있다면, 이 사회가 안고 있는 피로증후군도 점차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생산적이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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