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걸어준 훈장
아내에게 걸어준 훈장
  • 허세강 <수필가>
  • 승인 2012.07.0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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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허세강 <수필가>

학창시절 교장선생님께서 졸업식축사를 하시며 "유종의 미를 거둔 여러분께 축하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공직생활을 하면서는 퇴임식 때 선배들이 정든 직장을 떠나며 "대과없이 소임을 다 할수 있게 해주신 동료여러분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자주 들었다.

지난달 29일에는 2012 .6월말 퇴직자 훈·포장 전수식이 충청북도교육청 강당에서 있었다.

나도 40년 8개월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6월30일 자로 정년퇴임을 하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참석하였다.

나의 도전과 시련이 점철된 공직여행이 막을 내리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새파란 청년이었던 나는 어느새 머리가 희끗해지는 반백의 초로에 접어들게 되었다.

식장에 앉아있노라니 만감이 교차하며 지난 세월들이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의 필림처럼 빠른 속도로 망막을 스치며 지나갔다.

밤샘야간업무, 상사의 꾸지람과 격려, 직원들과 함께 하였던 순간들, 승진의 기쁨 등….

교육감님께서는 식사(式辭)를 통해 우리들의 노고를 치하하시며 '여러분들은 한평생 교육에 몸바처 충북교육발전에 커다란 획을 그으신 분들'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으셨다. 그리고 과분한 녹조근정훈장을 전수하시고 고생많았다 하시며 내 손을 꽉 잡으셨다.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하는 오랜 세월 공직에 몸담아 왔지만 돌아보면 획을 긋기는커녕 봉급값은 제대로 하였는지 부끄럽다.

인생은 아쉬움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덧없는 아쉬움이 끝없이, 끝없이 밀려온다.

그 때 내가 왜 그렇게 하였을까? 그 때가 정말 나에게 기회였었는데. 그 때 조금만 더 힘썼더라면 등.

과거 완료시제의 영상들이 분주하게 머릿속을 오갔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내가 그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대과없이 유종의 미를 거두어 영예로운 정년퇴임을 맞게 된 것은 사랑하는 아내의 내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행사 후 기념촬영을 마치고 교육감님께서 내게 달아주신 훈장을 떼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남편인 나와 가족을 위해 아무 불평없이 뒷바라지 해온 고마운 아내의 가슴에 달아주며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보냈다.

내 젊음의 노트에 무수한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며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하였던 혼이 서린 충청북도교육청과 아쉬운 작별을 告하고 아내와 함께 고향 제천을 향해 차를 운전하였다.

카오디오에서 '고장난 벽시계'란 노래가 흘러나와 가슴을 타고 전신에 펴졌다.

'… 뜬구름 쫒아가다 돌아 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청춘.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마치 입신양명의 뜬구름을 잡으려 무한질주를 해온 나 자신의 라이프스토리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인생을 일장춘몽이라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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