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청포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7.04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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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빡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전국에 폭염주위보가 내렸습니다. 태양의 기세에 단단한 아스팔트도, 키 큰 플라타너스도 축축 늘어집니다. 세상의 시계마저 느릿해지고 한뼘 그늘이 아쉬운 요즘이지만, 뙤약볕이 알알이 박힌 청포도는 투명하게 익어갑니다. 소박한 사람들의 꿈처럼 먼 기억의 열쇠를 쥐고 둥글게 여물어갑니다. 폭염을 잠재울 시원한 소낙비가 그리운 날, 청포도 한자락 읊어봅니다. 청포도, 말에도 시원함이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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