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술 유감
사진예술 유감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2.07.0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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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인영 <사진가>

지금 사진예술이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른 예술의 밑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 예술적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뚜렷한 이론과 사상이 확립된 가운데 최선의 땀과 노력이 쏟아 부어져 최고의 작품이 이뤄져야 하나 갈수록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러면 왜 사진예술이 갈수록 고립되어 가고 있을까. 이는 사진인들이 사진과 그 예술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제일 중요한 사진인의 자세와 기본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진인들은 카메라만 들고 있으면 선배도 후배도 없다. 그저 상 몇번타면 마치 대단한 사진가가 된 양 몰상식한 태도를 보인다.

사진을 가르쳐 준 스승을 안하무인으로 대하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열정을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일년에 사진책 한권 보지 않으니 문학책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어쩌다 카메라만 들고 나서면 아무데나 몰려가서 그저 그런 사진이란 것을 찍어 자신의 생각과 구상없이 수상을 목적으로 만들어 내놓는다.

사진가, 아니 사진인 여러분. 자칭 사진작가라고 생각한다면 제발 그 아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세요.

사진은 결코 여타 예술과 비교해 뒤떨어져 고립될 예술이 아니다. 사이비 사진인과 예술을 빙자한 사기꾼들만 사라지면 비교우위도 가능하다. 어느날 자의반 타의반으로 카메라 한대를 구입, 사진 몇장 찍고 사진가 행세를 하는 자, 자신이 출품한 작품이 무엇이고 어떤뜻과 철학을 담은 것인지도 모르자가 부지기수다. 모름지기 작품에는 작가의 사상이 들어있어야 한다. 예술은 찍은 사람이 본 자연의 정확한 재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또 인물은 사진 인화지 위에서도 살아 있아야 한다.

1989년 1월 루이스 자카망테 다케르가 프랑스 파리에서 사진술 발명을 선언했을 때 역사화가 들라로슈가 "이제 화술(그림)은 금일 이후 망했다"라고 말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사진이 미술 위에서 명성을 떨쳤었지만 그 이후 미적미적하던 사진은 이제 미술보다 저 아래로 떨어져 있다.

다행히도 요즘 상당수 이름있는 사진가들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뛰어난 재능과 명성을 떨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일 일이다.

회화, 조소 등이 종합예술로 사회 저변에서 확고한 위치를 견지하고 있다. 조형예술의 또 다른 축인 사진도 같은 명예를 만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인류가 과학과 철학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사진예술도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 절대적인 생각과 의지를 발휘한다면 타 예술에 뒤질 이유가 없다. 사진가 자신의 정신·심리·감각적 체험과 능동적 자세가 담긴 열정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8회 충북사진대전전람회가 끝났다. 강산이 바뀔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질적 발전이 이뤘는가를 생각해 볼 때 아직은 아니다. 출품된 사진 중에서 선정된 작품의 면면을 분석해 보면 8년전이나 지금이나 공모전을 겨냥해 꿰맞춘 작품으로 감동을 주지 못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굳이 눈길을 끄는 작품을 말한다면 구일회의 '쿠바 할머니', 이광주의 '꾀꼬리', 정석천의 '환희'를 들 수 있겠으며, 홍대기의 '탄생'이 나름대로의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굳이 덧붙이면 생각없이 으례 해야 하는 줄 알고 행한 디지털 손질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다음 전람회에서는 더욱 발전이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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