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우리 시대의 페스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와 우리 시대의 페스트
  • 박상옥 <다정갤러리대표·시인>
  • 승인 2012.07.0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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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대표·시인>

독일의 항구도시 하멜른에 쥐가 들끓자 온 마을이 쥐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한 사나이가 나타나 금화 천냥을 주면 쥐들을 물리치겠다고 했다. 사나이는 물속으로 들어가며 피리를 불었고 쥐들은 피리소리를 따라서 물속으로 뛰어들어 전부 죽어버렸다. 쥐떼만 없애주면 천냥, 만냥이라도 줄 것처럼 약속하던 사람들은 사나이가 너무나 쉽게 쥐를 물리치자 천냥이란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고 돈을 조금만 주려 하였다. 사나이는 다시 피리를 불어 피리소리를 따라 나선 온 마을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아이들이 전부 사라져 버렸다는 끔찍한 결말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내용이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기와 1284년 6월 26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실종된 사건과 관련해 구전된 이야기를 각색한 동화다.

동화는 어른이 됨으로써 갖게 되는 관습과 가치관이 생기기 전,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설임, 꿈, 두려움, 사랑이나 아픔을 보여준다. 때때로 동화의 내용에 따라서 너무 길고 어려운 거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어른들도 있지만, 아이들은 본능적인 직관력과 통찰력으로 그 모든 이야기를 빨아들인다. 그래서 모든 인간이 가지고 태어났지만 대부분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존재의 치열한 세계인식과 진실한 행복추구의 본능을 위대한 작가는 동화 속에 숨겨 놓는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는' 그런 면에서 아쉬울 땐 이런저런 약속을 하지만 막상 절박한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 아쉬운 제안을 했던가 싶게 돌아서버리는 정치적 세상을 꼬집고 있다. 이제 곧 닥칠 선거에서 또 얼마나 많은 빈 말들이 난무할 것인가. 동화의 내용 중 아이들이 미래의 상징이고 아이들이 사라졌다 함은 희망의 내일이 사라진 것이다. 어른들이 버리는 빈 약속 때문에 피리소리를 따라 사라진 아이들인냥,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다.

페스트가 유행하던 14세기 유럽의 쓰레기 처리 방법은 집의 창이나 뒷문을 통해 쓰레기를 뒷골목에 버렸다. 길거리에 방치된 쓰레기는 쥐들을 끌어모았고 뒷골목 부랑자들에서부터 시작하여 페스트는 급속도로 번져간 것이다. 동물과 달리 청결한 환경에서 보다 안전한 인간의 기본생활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이대 정신적 페스트는 가족관계, 친구관계, 사회구성원 각각의 관계를 좀먹는 불신과 투쟁의 균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균은 다정하게 마주앉아 차를 나누다 말고, "네가 언제부터 보수였느냐' '내가 언제부터 진보였느냐', '종북이 따로 있냐. 너 역시 애국가를 부정하면 종북인겨!" 라고 언성을 높여가며 다시 안볼 것처럼 우정이나 인연이나 마음속의 유대관계를 끊어버릴 듯 서로 정나미 떨어지게 만든다. 그리하여 친한 사람끼리는 절대 정치와 이념 얘긴 하지말자 하지만 이미 균열과 갈등의 쓰레기가 집집의 창이나 뒷문이나 우리들 마음의 거리를 조금씩 잠식해 가고 있다.

독일 하멜른 시가지는 '쥐' 이야기로 많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쥐가 그려진 보도블럭, 여기저기 앉혀놓은 쥐들과 피리부는 사나이의 동상. 페스트가 창궐한지 661년이 지난 지금 과거 아픈 역사 이야기로 많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단다. 지금 우리의 이구동성 논쟁의 역사가 먼 훗날 세계역사 속에서 빛나는 민주주의의 특이한 발전의 성공사례라도 되려는가. 피리 부는 사나이는 누구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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