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수
감로수
  • 혜성 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 승인 2012.07.0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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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혜성 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지나간 밤에는 밤새도록 내리는 비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날을 새야 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빗소리인가. 무려 2개월여만에 비다운비가 내린 것이다.

그것도 장마비의 시작으로 내린 비이다. 다행이도 가뭄이 해갈될만큼의 양이 내린 것이다.

그동안 가뭄으로 인해 타들어가던 곡식들이 모두들 활짝피어 오르며 생기가 넘쳐난다. 만생이 모처럼 밝은 미소가 가득하다. 그야말로 이번에 내린 비는 길고 긴 가뭄으로 시들고, 병들고, 타들어가는 모든 生命을 구제하는 생명수요, 약비요, 감로수의 역할을 단단히 한 샘이다.

가뭄과 함께 타들어가던 농부들의 마음도 이제 한숨 돌리게 되었고 일손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뭄을 극복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한 농부들의 손 끝에 자라던 작물은 더욱 싱싱하고 왕성한 생육을 계속하는데 반해 그저 가뭄을 지켜만 보아야 했던 전답에 작물에서는 그 피해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확량의 감소는 물론이고 각종 병총해와 기근으로 빈자리가 많이 생겼음을 볼 수 있다. 이제 그 빈자리에 어떠한 작물로 대체하여 1년농사를 지어야 한단 말인가?

가뭄 끝에 해갈의 기쁨도 잠시이고 농부와 마음은 다시 또 긴 장마로 인한 피해를 염려하여야 한다. 수해로 인한 피해를 미리 예방해야 하지만 각종 병충해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해야 풍년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렇듯 살아있는 생명체는 전적으로 하늘에 뜻을 거역할 수 없으며 우주 자연에 이치환경에 절대적인 지배를 받으며 살아야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자연에 이치가 이처럼 절대적임을 알면서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로 인해 그 재앙이 그대로 인류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도 바로 직시해야 되지 않을까?

옛 어른들의 말씀에 성군(聖君)의 덕목에 치산 치수(治山 治水)를 꼭 강조하신 것을 보면 하늘의 뜻을 거역하지 말아야 된다는 지혜임을 알 수 있다.

가뭄 끝에 비가 개고 나니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연약해진 작물에 건강한 생육을 위하여 치료와 예방을 겸한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가뭄에 시달리던 마음을 생각하니 문득 경전속의 한구절이 생각난다.

'식자제기갈. 득생안양국. 목마른 자여 이 감로수로 갈증을 해소하고 생기를 열어 안락정토에 나십시오.'

행자는 이 순간에 어떠한 기근과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어떠한 장마와 수해를 당해도 오염되지 않는 감로정(감로샘)을 만들어 놓고 물을 찾는 이들에게 감로의 급수공덕을 쌓으리라.

누구든지 마음껏 마시고 즐거움을 누리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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