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치료
원예치료
  •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 승인 2012.07.01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청주 덕성유치원장>

지난 월요일 순천을 다녀왔다. 그 후 매우 피곤해 감기가 다시 도진 것 같다.

며칠 동안 콧물과 눈물, 재채기로 계속 화장지를 적셨다. 허리디스크를 치료중인데 다시 감기약을 처방받아야하나 걱정이 앞섰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함께 꽃밭 정리를 시작했다.

옥상으로 올라가 죽은 아재리아 화분과 금불초를 옮겨 심고 지난해 피었던 바위솔꽃대도 잘라주었다.

제법 옥상 화단이 옹기 단지들과 조화를 이루어 멋있게 연출되었다.

모처럼 옥상이 환해져 생기가 돌았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꽃삽등 원예도구들을 정돈한 후 화분을 재배치하였다.

누렇게 변한 떡잎도 떼어주고 꽃이 피었다 진 가지들을 통풍이 될 수 있게 조금씩 잘라 주었다.

눈앞을 가리던 머리를 자른 듯 산뜻했다. 사람 손이 가니 정말 새 기분이 들도록 달라졌다.

그동안 내 몸이 여기저기가 아파서 눈에 거슬리는 것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니 점심때가 되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점심을 먹을 때 연신 나던 재채기와 콧물, 그리고 흐르던 눈물이 뚝 멈춘 것이다.

이럴 수가 없었다. 남편도 신기했는지 이상하다고 했다. 나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원예치료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니 몸과 마음이 정상으로 회복된 것 같았다.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상쾌했다. 몇 달 만에 느끼는 그런 감정이었다.

내가 식물을 좋아해서인지 늘 그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러니 아픈 것도 사라지고 몸도 가벼워졌다.

그렇게 휴일을 온전히 식물과 함께 지냈다. 화분을 모두 정리하고 나니 느슨해진 삶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내가 있는 곳엔 늘 꽃이 함께 있다는 말을 한다. 때를 따라 곱게 피는 꽃들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남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사람의 수고가 따르게 마련이다.

자식을 키우는 정성으로 식물을 돌보지 않으면 금세 눈에 보이게 식물이 달라진다.

마지못해 물을 주면 식물의 뿌리가 때로는 썩거나 말라 죽고 만다. 식물도 어린 아기처럼 사랑과 정성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요즘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원예치료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적인 상태의 향상을 위해 식물과 정원 가꾸기 활동을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치료와 구별되는 것은 생명체인 식물과 올바른 관계 맺는 것을 배우기 때문에 값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식물을 돌보며 책임감과 희망, 양육의 과정을 경험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구체적인 원예치료는 잘 모르지만 내 마음에 남은 찌꺼기들이 꽃을 돌보며 살아가는 내게 맑게 흐르는 시냇물처럼 희망을 속삭이는 것 같다.

늘 건강하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