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집
하늘의 집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6.28 0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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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이상국

전깃줄에 닿는다고
인부들이 느티나무를 베던 날
아파트가 있기 전부터 동네를 지키던 나무는
전기톱이 돌아가자 순식간에 쓰러졌다
옛날 사람들은 가지 하나를 꺾어도 미안하다고
나무 밑동에 돌멩이를 던져주었고
뒤란 밤나무를 베던 날
아버지는 연신 헛기침하며
흙으로 그 몸을 덮어주는 걸 보았는데
느티나무의 숨이 끊어지자 인부들은
그 커다란 몸을 생선처럼 토막내어 싣고 갔다
이파리들의 그늘에 와 쉬어가던 무성한 여름과
동네 새들이 깃들이던 하늘의 집을
그렇게 어디론가 싣고 가버렸다



※ 옛날 사람들은 모든 존재에 생명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동네를 지키던 느티나무에도, 뚝 떨어진 듯 놓여진 바위에도, 이름모를 풀 한 포기, 돌멩이까지 생명이 있다고 여겨 함부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잘려나간 밤나무가 안쓰러워 연신 흙으로 덮어주던 아버지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조금 불편하다고, 조금 시야를 가린다고, 조금 지저분하다고 자연을 마구 훼손하고, 생명을 경시합니다. 나와 우주가 하나라는 마음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할 때입니다. 살아있는 것이야 말로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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