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사랑
원숭이 사랑
  • 송재경 <충북지방병무청 정책자문위원>
  • 승인 2012.06.26 2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송재경 <충북지방병무청 정책자문위원>

독일에는 아펜리베(AffenLiebe)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원숭이 사랑'이라는 말이다. 항상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면서 이 잡아주고 털도 핥아주는 원숭이와 같은 자식사랑이다.

그러나 부모의 숭고한 사랑이 아닌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도록 품 안에만 넣어두는 그릇된 부모의 사랑으로 자식에게는 아픈 상처를 남기고 평생을 괴롭히는 그런 사랑이다.

요즘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지만 방송과 신문을 통해 병역비리 뉴스를 접할 때마다 원숭이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20대 전후의 젊은이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면탈을 꾀했을까 하는 의문때문이다.

일부 스포츠나 연예계 스타의 경우 매니지먼트사나 기획사가 개입의 여지가 있으나 대부분의 병역비리를 보면 부모의 잘못된 보살핌이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내 자식만큼은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는 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발상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공동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실히 의무를 수행하도록 독려는 못할망정 부모가 나서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안내하는 셈이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뒤늦게 발각돼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적어도 양심상으로는 병역회피에 대한 형언하기 어려운 짐을 평생 짊어지고 간다.

필자는 기자 초년병 시절 또래의 2, 30대 젊은 사장들과도 교류 하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스스로 벌어서 다시 말해 자수성가한 사장과 부모의 지원으로 사장이 된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별반 차이 나는 것은 없었지만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차이는 확연해졌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였지만 그나마 살아남은 기업의 사장들 보면 스스로 일어선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부모덕을 봤던 대부분의 사장들은 이후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가끔 술자리에서나 소식을 들을 뿐이다.

애초에 이들 두 부류의 사장들은 삶의 방식이 달랐다. 극단적인 비교를 하자면 젊은 나이에 골프장을 들락거리는 사장이 있었고 퇴근 후 직원들과 족구 한판을 하면서 막걸리를 같이 먹는 사장이 있었다. 누가 살고 누가 도태됐는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타인 특히, 부모의 지원은 결국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됐다. 원숭이 사랑인 것이다.

일전에 징병검사장을 참관한 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늠름함에 뿌듯함이 생겼다. 그 뿌듯함은 우리나라 미래를 담보하게 될 동량들에 대한 두터운 믿음과 감사하는 마음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또 '예외없는 병역이행'을 위한 다양하고 치밀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고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병무청 관계자의 설명도 들었다.

하루빨리 완전한 공정병역이 정착되고 더 나아가 병역이 자랑스러워지는 사회분위기가 부모들의 마음에 확고히 자리 잡아 대한민국 병무행정에서 만큼은 '원숭이 사랑'이 없어지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