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빛과 그림자
  • 허세강 <수필가>
  • 승인 2012.06.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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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허세강 <수필가>

고대 그리스에 아주 얼굴이 못생긴 피그밀리온이란 조각가가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그런 외모 때문에 사랑은 체념한채 조각에만 몰두하여 하나의 완벽한 여인상을 조각하여 놓고 매일 하늘에 나의 아내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피그밀리온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한 신(神)이 이 조각상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이 현상을 교육학에서 피그밀리온효과, 자기충적예언이라고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지성이면 감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그대로 된다는 뜻이 되겠다.

요즘 내가 마치 넋이 빠진 사람처럼 몰입시청하는 TV프로가 있다. 매주 월~화요일에 방영되는 MBC의 창사 50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빛과 그림자'가 그것이다.

지금은 크라이막스를 향해 숨가쁘게 달리고 있는데 너무 흥미진진해 연장 방영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인데 내게도 피그밀리온효과가 나타나려나?

60년대 리사이틀을 하던 방랑쇼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주인공 강기태의 사랑과 야망을 키워가는 성공스토리다.

드라마 중간중간에 우리 현대사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주요 배경으로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어 가끔은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내가 유독 이 드라마에 심하게 중독된 것은 주인공들의 생활방식과 사랑의 선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강기태는 한번도 좌절하거나 생을 포기한 적이 없다.

나락에 떨어지려는 순간에도 직원들에게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라고 위로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난관을 헤치어 그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피그밀리온효가가 나타난 것이다.

생즉고(生卽苦)라고 사는 것 자체가 고해(苦海)의 바다인데 별 것 아닌 일에도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을 토하며 태산을 짊어진 듯한 무거운 표정으로 허둥대는 의연치 못한 나의 모습은 참으로 애처롭다. 그래서 될 일도 안된다.

보통의 여자들이 이정혜라면 사랑의 선택으로 강기태와 차수혁 중 누구를 택하였을까?

아마도 돈, 권력, 명예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차수혁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사랑의 조건은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을 '빛과 그림자'는 보여 주었다.

이 세상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것은 많치 않다.

자식혼사를 시키며 서로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되었지 굳이 배우자의 선택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여 부모자식간에 가슴아파하는 주위의 모습을 보노라면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바쳐 일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남자를 위해 절개를 지킨다고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다.

그나저나 7월초에 '빛과 그림자'도 종방된다고 한다. 이것 끝나면 무엇에 재미를 붙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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