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박남주
부채의 무게중심을 생각해 보았다
힘은 뱃속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 시작도 끝도 없어 보이는 연속무늬가
한가운데 힘을 끌어모으고 있다가
밖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한가운데서부터 부챗살이 사방으로 퍼지듯
살이 뻗어나간 방향으로 부채의 힘이 고루 퍼졌으리라
가벼우면서도 탄력있는 대나무살이 제 구실을 다할 수 있도록
곱고 부드러운 화선지가 그 위를 단단히 받치고 있다
아교풀을 적당히 먹은 화선지는 제 몸을 팽팽히 부풀린다
바람 한 점 비집고 들어설 틈도 보이지 않는다
※ 부채의 계절입니다. 부채 하나로 짱짱한 태양의 기세를 막을 수 없지만 살랑 손끝에서 일렁이는 바람에도 느긋해지는 요즘입니다. 이 작은 부채에 시인은 삶의 시선을 올려놓습니다. 바람을 일으키는 축에서 부채의 중심을 봅니다. 그 중심을 위해 부채의 살들이 모여 일정한 각도로 도열하는.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이 응집되는 순간을. 세상의 중심을 향해 가는 팽팽한 침묵의 바람을 그려넣습니다. 바람을 일으키는 나의 중심은 어디일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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