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수첩
하느님의 수첩
  • 반숭례 <수필가>
  • 승인 2012.06.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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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숭례 <수필가>

신앙 공동체 피정 중에 들은 이야기다.

하느님 책상위에는 항상 수첩이 놓여있다고 한다. 매일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언어)들을 기록하고 계신단다. 하느님께서는 아무리 이 세상 사람들에게 착하게 살아라, 베풀고 나누며 서로 사랑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하셔도 귀담아 새겨듣지 않는단다. 깨우치기 보단 불평 불만 속에 원망하는 골만 깊어가는 인간들 때문에 고심하셨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모든 인간들이 행복하고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고심하여도 뾰족한 해결방법을 찾을 묘책이 없으셨단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매일처럼 부르짖는 어떠한 말들을 수첩에 기록하기로 작정하셨다고 한다. 슬프다고 울부짖는 말, 괴로워서 죽고 싶다는 말, 작은 것 하나라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베풀고 나눈다는 말, 죽을병에 걸려 고통 속에서도 감사하다는 말, 내 맘대로 하지 않는다고 남을 미워하고 비방하는 말까지 사람들이 내밷는 말들을 모두 수첩에 적으셨다고 한다.

하느님은 누구신가!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이시기에 그런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뉘우치고 깨우칠 수 있도록 기회를 한 번은 주셨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날이 가면 갈수록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들은 자기들이 제일 똑똑하다고 우쭐대며 마음도 행동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시고 화가 나셨단다. '그럼 너희들이 내밷은 말을 다시 너희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날부터 슬픔, 고통, 행복, 나눔, 배려, 원망, 험담하는 이들에게 '내 뜻이 아닌 너희들의 생각이니 그렇게 하여라' 하시고 되돌려주셨단다. 세상은 원망 속에 저녁마다 여기저기 빨간 십자가에 불만 밝히며 울부짖었 다고 한다. 지금도 하느님은 그 울부짖음을 조용히 지켜보고 듣고만 계신다고 한다.

내가 20대에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지 못하게 해서 원망하며 도망가고 싶었다. 30대에는 결혼도 했고 예쁜 자식도 있는데 사는 것이 싫어 죽고싶다고 했더니 암이라는 병마를 주셨다. 세 번의 재발,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야 내 자아를 버렸다.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회개하며 다가가고 또 다가가며 하느님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걸하였더니 살려주셨다. 새로운 생명을 덤으로 부여받았다. 피정하는 내내 나는 지난 내 과거가 하느님께 죄스러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나서 지금은 은총과 축복을 덤으로 받았다. 행복하면 행복한대로, 슬프거나 괴로울 때가 있으면 그때 그때마다 내 마음을 하느님께 표현하며 살아간다.

나폴레온 힐이 쓴 '1년 안에 행복한 부자가 되는 지혜'안에는 숲에서 가장 강한 나무는 오히려 폭풍과 맞서고 다른 나무들과 싸우는 등 온갖 시련을 이겨낸 후에야 만들어진다고 하였다. 고통과 시련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또는 내리막 인생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은 인간적인 행실에만 행하지 않고 하느님께 부처님께 자신을 봉헌하고 의탁하며 신의 자비를 간구한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

세상 속에 살고있는 우리는 자신들의 자아를 버리지 않으면 누구와의 소통이 어렵다. 무엇이 되기 위해 그때만 내 자아를 버리고 낮춘다는 행동을 보인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또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와서 겸손하지 못하고 교만한 행동과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네가 변하기를 바라지 말고 나부터 변하고 네가 낮아지는 사람이 되기 전에 나부터 낮아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항상 나는 두렵다. 세상과 사람들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수첩안에 적힐 내 자신의 말과 행동이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내 일상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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