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정말 교사가 되고 싶은가?
자네 정말 교사가 되고 싶은가?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6.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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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선생의 ×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교사의 길은 그리 만만한 길이 아니다. 물론 선생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존경과 애정이 표현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다 옛날 이야기 일 뿐이다. 학교 폭력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교사라는 자조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

최근에 교사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위 '임용고시'는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자랑한다. '철밥통'이니, '평생직장'이니 하는 따위의 안정된 직업을 얻으려는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교사가 꼽힌다는 점에서 참 흐뭇하다.

고3 담임을 여러 해 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사대나 교대로 진학을 시키면 나는 꼭 이렇게 질문을 한다. "자네 정말 교사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시게, 자신의 전공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남을 사랑하는 봉사 정신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네."라고 말이다.

전공 과목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최고의 지성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남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천직이니, 사명이니 거창한 말이 아니라도 이런 마음으로 4년간 대학에서 예비 교사로서의 훈련받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아! 나는 이일을 위해 태어났고, 이 일을 위해 멋지게 살다가, 이 일 하다가 죽겠다."라는 분명한 생각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명인 것이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은 것 같이 너희도 나를 본받으라'고 말한 성경의 바울 사도처럼 나도 제자들의 모범이 되고 싶어 감히 제자들에 '아버지'라고 부르게 했고, 지금도 나를 아버지로 부르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제자가 수십명이 넘는다.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보람있는 삶인가? 나는 그저 지식 만을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문제를 직시하면서 평생을 함께 살아갈 멘토로, 정신적, 영적인 아비로서 역할을 하고 싶었다.

나는 담임을 맡으면 개학도 하기 전에 모든 학생들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부모님과 먼저 대화를 나눈다. 아이의 생활과 부모님께서 담임에게 바라시는 것과 담임으로서 꼭 알아야 할 것, 학급 생활 계획에 대한 내용을 상담하게 된다. 그리고 한 달에 꼭 한 두번은 집으로 전화를 해서 부모님과 전화로 학생의 성적과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서 상담을 한다. 처음에는 의아해 하는 부모님들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졸업을 한 후에도 자식의 진로에 대해서 전화로 상담을 해오시는 분도 있고, 동생의 진학과 진로에 대해서 상담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그 보람은 더욱 크다.

지금도 수 많은 아들, 딸들이 "아부지!"하고 부르며 전화로 안부를 전해올 때 나는 세상 그 어떤 사람도 느끼지 못하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 가끔은 전혀 모르는 딸을 데리고 와서는 예비 며느리라고 소개를 하면서 주례를 부탁할 때 기쁨은 두배가 된다.

이런 기쁨과 보람을 누리면 살고 싶은가? '자네 정말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가?

'그러면 아버지가 되시게…. ' 나는 지금도 이렇게 예비 교사들인 제자들에게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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