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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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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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국가와 정당의 역할
나 기 정 <전 청주시장>

지난 7월 1일을 기해 민선 4기의 지방자치가 시작되었다.

5·31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지역발전과 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공인(公人)으로서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새로 취임한 단체장 모두가 희망찬 공약을 내걸고 지방의회 의원들도 포부와 결의에 차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위한 필수요건은 권한(權限)과 재원(財源)과 인재(人材)의 확보에 있다. 우리는 지난 10여년 간 세 차례의 민선지방자치를 시행했으나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제도와 운영면에서 개선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 많이 있다.

우선 권한과 재원이 중앙정부에 집중되고 있어서 자치단체가 자력(自力)으로 주요시책과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법에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권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법령의 범위 안에서, 또는 법률이 위임하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을 받고 있으며, 재원도 예산의 50%를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자치단체가 절반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부족되는 재원은 국가 또는 상위 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것이다.

5·31 지방선거 과정을 보면서 '한국의 지방자치는 가능한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를 하는 목적은 권력의 중앙집중에 의한 남용과 비효율을 막고 '지방의 창의성'을 살려 지역사회를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5·31 선거는 과연 어떠한 선거였는가.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냉철한 반성을 해야 한다.

선거의 쟁점은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치에 대한 것이었고, 중앙정치인들이 바람을 몰고 다닌 선거였다. 선거의 주인공인 후보자 개인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를 했고, 후보자의 공천은 자질과 능력보다는 정당에 대한 기여도가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를 내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처럼 몰고가서 지역의 문제는 도외시되고 관심밖이었다.

선거 후가 더욱 문제다. 정당이 공천해서 당선시켰으니 정당이 지역사업과 공직자 인사에도 관여한다면 지방자치가 아니고 정당자치가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에 전국의 지방도시들이 정당의 지방선거개입으로 인한 부정부패와 불필요한 정쟁(政爭)을 막기 위하여 대대적인 지방선거개혁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지방정부선거에서 정당의 표방까지도 불허하고 있다. 일본은 정당공천이 아니고 정당추전제이다. 유능한 후보에 대하여는 여러 정당들이 연합추천을 하고 있으며, 3개 이상의 정당 추천을 받아 당선되는 경우가 50%를 넘고 있다.

영국은 정당공천제의 폐해와 일당 독점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수석행정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선거시기는 모든 선진국가들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를 분리시행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전국이 동시에 지방선거를 시행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민선4기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지 않고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북돋울 수 있도록, 그리고 지역사회가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가와 정당이 대처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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