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이 4만리로 늘어난 이유
만리장성이 4만리로 늘어난 이유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학교정책과 장학사>
  • 승인 2012.06.1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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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학교정책과 장학사>

만리장성은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로 달에서도 보인다고 한다. '역사상 가장 큰 무덤'라고도 불릴 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위에 건설된 인류의 문화유산이 바로 만리장성이다.

만리장성은 중국 역대 왕조들이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세운 방어용 성벽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중화권과 비 중화권을 구분하는 경계선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만리장성의 기원은,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가 북방의 흉노족을 방어할 목적으로 축성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인 춘추시대부터 북방 민족을 방어할 목적으로 변방에 성벽을 건축한 것이 만리장성의 시작이다. 처음 만리장성이 건축될 무렵의 길이는 산시성 리스 현부터 보하이만까지 약 1,500km였다.

이후 명(明)나라 때 중국 동쪽 산하이관에서 서쪽 자위관까지 총 길이 2,700km에 이르는 현재의 규모와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중간에 갈라져 나온 작은 성곽까지 포함해서 약 5,000km에 이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 단위로 5Km가 10리이므로 만리장성이 틀림없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문화재청격인 국가문물국은 지난 5년간 조사결과, 만리장성의 총 길이가 현재 알려진 것의 4배나 되는 2만1196.18km라고 발표했다.

'만리장성'이 '4만리장성'이 된 것이다. 만리장성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만리장성을 단순히 군사 방어적인 역할로 볼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유목문화와 농경문화, 문화 민족인 한족과 주변의 오랑케를 나누는 경계선의 역할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만리장성 안에 들어와야 문화민족으로 인정을 받는 셈이니 수많은 변방 민족들이 만리장성 안에서의 문화적 누림이 꿈이었던 시대도 있었다.

최근 미국을 위협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이 만리장성을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만리장성을 중국인의 자존심으로 다시 한번 중국의 번영과 단결을 위해 활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특히 한국 등 주변국과 학계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을 엄연히 알고 있는 중국 당국이 이러한 반발을 감수하면서 장성의 끝을 고구려와 발해 영역까지 연장하고, 고구려 성까지 포함시키는 이유는 바로 동북3성의 만주지역 소수 민족들에 대한 통제와 단결을 위해 만리장성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14억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10%도 안되는 소수민족 문제이다.

어떻게 하면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을 억제하고, 통일 중국의 영광을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국이 그들 마음의 장성인 역사왜곡을 통해 하나된 중국을 모색하고, 눈에 보이는 만리장성을 통해 단결과 일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우리는 중국이 만리장성을 4만리로 늘린 것에 놀라고, 이웃 나라의 역사왜곡과 문제 상황이 터질 때마다 땜질씩의 대응 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시점에서 우리는 통렬하게 반성하며, 중국의 속셈을 제대로 알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고구려와 발해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와 논리를 갖고, 좀 더 멀리 바라보는 대응 전략을 세워야할 것이다.

역사를 아는 민족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선각자의 말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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