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봉사
자비 봉사
  • 혜성 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 승인 2012.06.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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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혜성 스님 <진천 자재암 주지>

일찍이 찾아온 여름은 더위와 함께 가뭄까지 몰고 와 도처에 물이 모자라 큰 걱정이다.

농촌에서는 가뭄이 심화되어 밭작물이 타들어가고 저수지는 바닥이 나서 논에 물을 댈 수가 없다하니 비 소식은 없고 농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다.

하루속히 단비가 내려 타들어 죽어가고 있는 작물을 구제하고 풍년을 기약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기우제를 빌어본다.

소승이 이곳 자재암에 상주한지도 어언 12년. 부처의 자비를 실천하고자 시작한 노인복지사업, 어려운 여건하에서 어렵사리 개설한 노인장기요양시설 자비원이 문을 연지도 벌써 4년이 되었다. 그동안 시설의 종사자로 일해 온 분들도 여럿이 있었고 시설에 입소해 요양보호를 받은 노인들도 여러분 계셨다. 규모는 작지만 입소하신 어른들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노후의 질환으로 고생하는 어른들은 흡사 어린아이처럼 마음도 여리고 요구사항도 많다. 불편함의 부류가 다양해 일일이 보살펴드리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정원이라야 고작 9명 밖에 되지 않지만 어떤 노인은 치매로 인해 기후변화에 민감해 날씨만 궂으려 하면 옷보따리를 챙겨 집에 간다고 문밖으로 나가려 하고, 어떤 노인은 24시간 침대에 누워 계셔 거의 1대 1 요양이 필요한 분도 있다. 또 어떤 노인은 소리높여 신세타령을 노래로 소화시키므로 같이 계신 다른 분들과 마찰로 언성을 높여가며 다투기도 하는가 하면 어떤 어른들은 시설입소를 위해 요양등급 신청을 하고 온 후 등급판정이 나기도 전에 운명하는 경우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고통을 호소하는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아픔을 덜어주고 다함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온몸으로 받아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헤아려 닦아주고 씻겨주고 보듬어 주는 종사자 요양보호사들의 무량한 봉사로 노인들이 편안해하고 보호자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때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때로는 보호자들이 이런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우리 부모가 전만같지 못하냐"고 억지를 쓰고 화를 내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되면 마음이 아프다.

보호자가 되는 분들이 많으실 때 간혹 그런 경우가 있음은 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종교적 편향된 견해와 세대차이에서 오는 것은 아닌지.. 일전 시설에 계시는 할머니 한분이 입소한지 1년만에 운명했다. 그 할머니는 입소할 때부터 거동을 할 수 없어 24시간 누워있어야 했다. 욕창도 심해 보살피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식사 또한 일일이 먹여드려야만 했다.

그러나 입소할때부터 가족 중 일부는 시설에 모시는 것을 반대했다. 모실 때 6개월 사시기 어렵다 했는데 1년이 넘도록 사셨다. 임종이 가까워 오는 시점에서 가족 및 친인척 등이 마지막 면회를 하면서 편안한 모습으로 운명하시는 것을 보고서야 가족모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시는 것이 아닌가.

어찌 종사자 한 두사람의 노력만으로 요양시설의 노인들께서 편안하실 수가 있으랴. 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자와 종사자. 그리고 후원을 아끼시지 않는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사랑. 자비정신이 살아 함께하기에 노인복지의 미래가 밝다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의 자비(慈悲) 정신은 조건없는 사랑을 말함이요, 어머니가 자식을 몸과 마음으로 품고 베푸는 사랑을 말함이요, 끝없이 이어지는 사랑이기에 더욱더 거룩하고 숭고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나를 던져 상대를 구원하고, 조건 없는 희생과 봉사의 실천이라는 행을 통하여, 받는 이의 기쁨보다 주는 이의 보람이 더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주고받는 자비와 봉사의 정신이 가정으로부터 사회 구석구석까지 인연의 바람을 타고 구름처럼 퍼져나갈 때 우리가 바라는 복지사회가 실현되고 극락의 정토가 이루어 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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