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시각 장애인을 위한 박물관
  • 윤병화 <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 승인 2012.06.10 2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윤병화 <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우리나라에는 현재 800여개의 다양한 박물관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장애인을 위한 문화 복지 프로그램과 전시 및 교육 장소가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장애인을 위하여 문화예술을 함께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할 수 있다면 장애인들의 문화향수 증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은 2010년 12월말 기준 2,517,312명으로 2000년 12월말 기준 958,000명에 비하여 상당히 많이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장애인의 꾸준한 증가 추세로 장애인과 관련된 전반적인 환경인 고용, 복지, 교육, 문화 등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의 여가활동을 보면 대부분 TV시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시각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시각 장애인들이 시청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시각 장애인 249,259명을 위한 시각이 아닌 오감을 자극하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 필요하다.

시각 장애는 눈과 말초신경의 손상으로 인한 중심 시력 장애와 시신경 교차에서부터 뇌영역까지의 신경이 손상되어 발생되는 중추성 시각 장애를 말한다. 시각 장애인들은 거의 대부분 공간과 형태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여 실생활이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각 장애인들이 감성적이며, 체험이 가능한 박물관을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면 자기 창조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감성도 풍부해지며, 결국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박물관에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문화활동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촉각, 청각, 후각 등을 자극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시각 장애인은 주로 손과 발을 이용하여 공간을 인지하고 형태를 감지하기 때문에 박물관에서 바닥, 벽, 기둥 등을 활용하여 촉각의 인지성을 부여해야 한다. 즉, 바닥과 벽의 재질을 공간마다 각각 다르게 연출하여 방향성을 제시하고, 블록 및 핸드레일 체계를 도입하여 환경의 변화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은 청각으로 방향을 감지하여 물체를 찾거나 공간의 크기를 파악하기 때문에 박물관 내부 전시실마다 고정음을 기준으로 해설음성과 자연음성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음향시설을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시각 장애인에게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각 공간에 특정의 향을 제시하여 후각 정보를 통한 장소의 인식과 동선의 확보가 가능하도록 한다.

21세기 박물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사회통합적인 기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문화혜택의 기회를 균등하게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앞으로 박물관은 문화 복지차원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