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배 충주시장님께
이종배 충주시장님께
  • 박일선 <충북환경운동연대 대표>
  • 승인 2012.05.3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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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일선 <충북환경운동연대 대표>

비내길의 '층 층둥글레 군락지 훼손'과 관련해 바쁜 일정 속에서도 현장을 방문하시고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과거 한창희시장께서도 문제가 있는 곳에서 회의를 개최하시기도 했는데 '이동시장실'로 이를 일상화시키신 것은 잘하신 일입니다. 페이스북과 카톡을 통해 시민들과 대화의 창을 열고 계신 소통의 달인이 시장님이십니다.

청내에서도 직급과 관계없이 담당자와 다양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 또한 높이 살만합니다. '시장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에 대해 이를 해당 부서에서 검토하게 하시며 이 과정에서 제안자의 의견을 반드시 경청하도록 하고 이를 다시 시장님께 보고하도록 함과 동시에 민원인에게 답하도록 하는 '순환행정'은 이제까지 충주시 운영과정에서 자리잡지 못했던 것입니다.

충주시에는 많은 위원회가 있습니다. 그 중엔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으나 비능률적인 위원회가 상당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전문가와 일반인이 혼재되어 깊이 있는 토의가 어려운 것도 그 이유가 됩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위원회는 전문가만으로 구성해 풍부한 자문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다중의 의견을 파악하고 단체와 계층, 지역 간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거나 이견(異見)을 조율해야 하는 경우엔 주민대표와 민간단체장을 중심으로 회의를 구성하는 것이 어떨까요

이런 것을 알면서도 행정기관이 각 위원회에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혼합해 구성하는 것은 이를 통해 질 높은 정책검증과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담당부서나 단체장 의견대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절차를 거쳤다는 명분확보를 위한 의도라고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저 거수기에 불과한 위원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위원회를 행정기관이 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관철시키기 위한 들러리로 격하시킨다면 경쟁력 있는 지자체가 되긴 힘들 것입니다.

사물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하는 여러 분들을 모시도록 시장님이 적극 나서 주십시오. 금번 '남산임도포장사업'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우선 행정기관의 신뢰문제입니다. 15년 전의 합의요, 시장이 몇 번 바뀌었어도 행정기관은 이를 준수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임도를 개설하지 않겠다. 비포장하겠다. 차량통행을 금하겠다."는 것을 파기하고자 한다면 그 합의 당사자에게 우선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자세가 사회전반에 부족합니다. 둘째, 시대가치입니다. 이대통령께서 서울시장 재임시 추진한 청계천 복원은 도심하천 관리차원을 넘어 수십 년 간 사회를 지배해온 '콘크리트문화'에 경종을 울린 사건입니다. 제주도 올레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은 콘크리트를 벗겨내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산(生山)을 도려내고 그것도 모자라 깊은 숲속 길을 포장하겠다는 사람, 직경 1m가 넘는 마을나무를 무단으로 잘라내고 항의하니까 그 다음 해에 10cm되는 나무를 심는 이에게 시정을 맡길 수 없습니다.

 그릇된 정책집행이나 수범사례를 시민을 대신해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비공무원이 중심이 된 가칭 '정책감사위원회'를 만드실 것을 제안합니다.

조례의 뒷받침이 필요하여 당장 시행이 어렵다면 우선 기존 감사구조에 외부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운영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직무를 마치고 돌아와도 시민들이 따듯하게 맞이할 수 있는 시장님이 되어 주십시오. 참다운 권위란 '결재판과 인사권'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귀를 열고 고개를 숙이며 다가가는 태도로 부터 생겨난다고 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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