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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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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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이 학생들 먹는것까지 신경 써야 되겠습니까"
올해 나는 모고등학교운영위원회에 지역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5일 운영위원회에서 학교급식에 대한 사회적요구와 학부모와 학생들의 기대를 거스르는 결정이 있었다.

급식을 위탁으로 할것이냐 직영으로 할 것이냐는 안건이 제출된 후 먼저, 지난 6월 학부모 의견조사 결과 평균 75.5%의 압도적인 비율로 직영급식을 희망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학교 측은 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의 차이를 운영위원들에게 설명하였는데, 주로 직영급식의 경우 인건비 상승과 관리의 어려움, 제반 여건의 미비로 어렵다는 것으로 위탁급식을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질의 응답이 이어졌으나 누구도 선뜻 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잠깐 침묵이 흘렀다. 먼저 내가 '직영급식으로 할 경우 식품의 검수 과정이나 조리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인스턴트나 냉동식품으로 부터 학생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또한 학교 급식의 안전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직영 급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적 추세에 부응하여 직영급식으로 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운영위원장은 학교 측의 입장을 물었고, 학교장은 '법으로 제정되면 직영급식을 해야 되지만, 고등학교의 특성상 입시중심의 교육을 해야 하는 관계로 바쁘고, 직영급식으로 할 경우 신경 쓸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고, 준비도 부족하여 직영급식이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교장선생님의 발언을 받아서 한 운영위원은 '우리 학교를 명문고 만들기에 집중해야할 선생님들이 학생들 먹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는 발언을 하였고 교감선생님도 학생들 학교급식에 신경을 쓸 경우, 마치 입시 교육에 큰 지장을 주는 일인 것처럼 동조하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한 교사 위원이 '청주 시내 몇 개 고등학교도 직영급식으로 바뀐 이후, 학부모와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며, '학부모와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직영급식을 바라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는데, 이러한 의견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냐며, 어렵더라도 직영급식을 도입하여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자' 발언하였다. 곧바로, 한 학부모 위원이 ' 학생들의 먹을거리,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른 학교의 사례를 들며, 직영급식을 주장하였다.

그러자 다른 학부모 위원이 학교에서 실시한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는 부모들이 직접 하지 않고 학생들이 임의로 작성하여 낸 것이라며, 설문조사 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은 무시해도 될 결과인 양 분위기를 만들었다.

앞서 학교급식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던 교사 위원이 '밥을 직접 먹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인데, 더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며, 회의를 위탁급식으로 몰아가는 상황에 대하여 반박하였다. 격렬한 토론 끝에 무기명으로 표결에 붙여졌는데, 위탁급식 12명, 직영급식 2명(교사 운영위원 1명 기권), 122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과는 상반되는 반민주적인 결정을 하고 그날의 운영위원회 회의는 끝을 맺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끝나고 나는 회의에 참여하였던 사람으로서, 지역사회의 공익과 교육적 관점을 실천해야 할 지역위원으로서, 또한 10여 년 동안 생명을 살리는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충격에 휩싸였다.

많은 고민 끝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한 반민주적 반사회적 결정이라면, 덮어 둘게 아니라 잘못된 결정임을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제기하여, 우리 학교를 비롯하여 다른 학교에서도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데 도움이 되도록 글을 쓰기로 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옆에는 우리 아이가 아빠 옆에서 곤히 잠자고 있다. 숨소리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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