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대학교 미술학과 동문들이 드리는 글
서원대학교 미술학과 동문들이 드리는 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2.05.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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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청주 서원대학교가 사범·일반계열 학과 6개 과를 폐지하는 것을 뼈대로 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폐지 대상 '살생부'에 오른 학과는 사범계열 컴퓨터교육과, 일반계열 연극영화과·화예디자인과·음악학과·미술학과·독어독문학과 등이다. 컴퓨터교육과는 이달 초께 서원대 발전전략팀 등이 평가한 43개 학과 전체 평가에서 사범계열(13개 학과) 최하위를 받았으며, 연극영화과 등은 일반계열(30개 학과) 가운데 최하위 그룹으로 분류됐다.

학과평가에서 주요한 항목을 차지하는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폐지하는 것은 노골적이고 잔인한 구조조정이다. 특히 서원대 미술, 음악과 같은 예능계에 대한 폐지는 보이지 않는 예술에 대한 '편견'이 존재 한다.

'취업률'이 낮은 것은 학생 탓이 아니다. 취업하고 싶지 않은 서원대생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입학한 예술대생들에게까지 무지막지하게 취업을 강요하는 것도 우습다. 대학이 서열화 된 한국에서 지방대학 학생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그 안에서도 취업률에 떠밀려 있는 예술대학의 학생들은 '노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안의 교수와 교직원들도 남 일처럼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오늘은 예술대학의 미술과 음악과지만 곧 그 칼날이 자신들의 목을 겨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폐지 대상 학과들 중 음악과 미술은 절대 취업률로 평가할 수 없는 학과다. 이런 구조조정이 가속화된다면 대학에서 예술이나 인문학 등은 사라지고, 대학은 취업학원이나 전문학교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부는 이미 작년에 '부실 사립대'리스트를 발표하여 학벌차별공화국인 한국에서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무조건 보여주기식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하는 것이다. 이런 무리수로 인해 지방대학 특히 예술대학의 학생들과 학부모, 교수들을 '부실학과','부실한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어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술학과의 경우, 44년전 서원대의 전신인 청주여사범대학이 생길 때 개설되어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많은 동문들이 작가와 교사, 교수, 기획자, 큐레이터 등으로 활동해 예술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학과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률만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박탈해 버리는 행위는 새로 들어선 재단과 총장 및 보직자들이 예술에 대해 얼마나 몰지각하며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학교와 재단의 책임을 학과, 특히 예술대학의 학생들에게 전가해선 안 되고 교육환경 투자를 통해 '재정지원제한대학'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 측 역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대학의 전체 구성원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고통을 분담할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일부 학과들에게 모든 걸 전가하는 비겁한 행동을 하지 말고 전체 학과에서 조금씩 인원을 감축하고, 새로운 학과를 만들어서 예술관련 학과들의 역사와 전통을 살리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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