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
스승과 제자
  • 진천 자재암 주지스님
  • 승인 2012.05.2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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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혜 성
화창한 봄이라했는데 이제는 초여름 초록의 내음이 짙어만 가는 계절이다. 6일 뒤면 음력으로 4월 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이다. 이미 벌써부터 사찰마다 절 입구에 연등을 내다걸고 부처님 오신날을 봉축하는 현수막을 걸고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올해로 부처가 중생제도를 위해 사바세계에 오신지 2556년이 되는 해이다.

사생의 자부(어진어버이)이시며 만중생의 스승이신 부처님!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은 고해중생을 제도해 열반의 언덕으로 인도함이요 성도 하신 후 49년간 설하신 팔만사천의 지혜법문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진리(眞理)요. 후세를 살아가는 인류의 등불이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佛(불), 法(법), 僧(승). 삼보라 함은 佛은 부처님을 말함이요. 法은 부처님께서 가르치심으로 남긴 팔만사천의 법문을 말함이요, 僧은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대를 이어가며 법맥을 전수하고 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중생을 교화하는 출가 승려를 말함이다.

근자에 부처님오신날 큰 축제를 앞두고 일부스님 또는 불교를 사칭하는 이교도들의 잘못된 행동이 알려지면서 출가 승려는 물론이요 불교를 신봉하는 불제자들이 부끄러워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으니 이 어찌된 일인가 비단 극소수 일부이기는 하나 승단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생기는 것은 부처님 앞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처님 말씀에 사람의 몸을 받고 태어나기란 오백생의 인연이 있어야 하며 더욱이 부처님 법을 만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데 불제자로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잘못이 있다면 우리 모두 깊이 참회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사람은 태어나서 인연의 법칙을 떠나서는 단 하루도 살 수가 없다. 소승도 항상 인연이 소중하고 그 인연을 존중하기에 세속시절의 인연을 가급적 지키며 살려고 노력한다. 지난 15일이 스승의 날인데 청주권에 살고있는 고등학교 동창생들끼리 약 10여년 전부터 매년 스승의날이 되면 고등학교때 은사 선생님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같이하며 스승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해왔다. 이제 제자들의 나이도 공직에서 정년을 하고 환갑을 넘기는 나이니까 스승들의 연세는 70을 넘어 80에 이르는 분들도 계신다. 시골 농업계 고등학교였던 42년 전의 학업실태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인문계열 과목보다 농업, 축산업, 임업 등 실업계열 학과목이 더 많았던 시절이다. 1년에 한번이지만 매년 거르지 않고 만나는 스승의 날 행사에 나오는 스승님이 10~11분, 제자들 14~15명

해를 거듭할수록 노년의 스승님들의 옛추억을 되살려보면 학업 성적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의 소중함을 새삼느끼게 한다인문학과를 담당했던 어느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청주에서 제일가는 인문계고에서 학생들을 수년간 가르쳐 봤지만 현재 사회에서 저명인사로 활동하는 제자들이 많지만 단 한번도 스승의날 찾아오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며 "자연환경과 함께한 실업계 학교의 출신들이 훨씬 더 인간적"이라고 세태의 흐름을 전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성직자의 길을 가는 나로써는 그 책임과 역할이 무거워짐을 느끼게 한다. 모쪼록 1년에 한번 맞이하는 불가의 대축제. 부처님 오신날을 기해 마을마다 고을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충만하여 모든이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뜻있는 날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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